[뉴시스 박광온 기자] 중국 소비 둔화로 에너지 수요 전망이 흐려지면서 전 세계 원유 가격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도 침체 수렁 속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10일(현지시각) ‘석유 가격 하락과 중국 경제 악화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어 이 같은 주장을 보도했다.
앞서 이날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3.7% 떨어진 배럴 당 69.15달러(약 9만2612원)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70달러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1년 12월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이다.
아울러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2.96달러(4.31%) 하락한 배럴당 65.75달러(약 8만8039원)에 장을 마쳤다.
WTI 가격 하락률은 이달 들어 10.61%까지 확대됐다. 올 1월부터 이날까지의 하락률은 8.23%에 달했다.
이날 유가 하락의 배경에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기대 위축이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월간 보고서를 발표해 중국 성장 둔화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일일 기준 8만 배럴 하향 조정했다.
기존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하루 211만 배럴에서 203만 배럴로 낮춘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AI)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 및 석유 수요 증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하락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만 OPEC+가 당초 12월 시행하려 했던 감산 철회 계획을 연기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석유보다 생산량이 줄어들게 됐다”며 이번 4분기에 석유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중국 경기 침체’가 연쇄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도 영향을 끼쳐, 전 세계적인 경제 위축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중국은 내수 부진에 부동산 시장은 과잉 공급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또 8월 생산자물자지수(PPI)는 23개월 연속 하락을 거듭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면서, 기업 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것이 해고와 급여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뉴욕 헤지펀드 윈쇼어 캐피털 파트너스의 매니징 파트너 강 후는 마켓워치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소비 둔화는 미국 등 서방의 수출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결국 전 세계가 함께 몰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제이컵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설립자 라이언 제이컵스는 “많은 사람들이 석유 가격 하락과 중국에 대한 우려 등 여러 위험 신호가 항상 있었음에도 인플레이션에 지나치게 집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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