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사라졌다.
물가가 많이 내려와야 금리도 많이 낮출 텐데 물가 상승세 둔화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으니 금리도 과감하게 내리지 못하고 0.25%포인트만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8월 명목 CPI가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5%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으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해 7월 상승률(0.2%)보다 더 올랐다. 시장예상치 0.2%도 웃돌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2% 상승해 전문가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이 지표에서 시장은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때 중요시하는 근원 CPI 전월 대비 수치가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물가가 생각만큼 쉽게 내려오지 않으니 연준이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리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일시적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보고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물음표임을 보여준다”면서 “다음 주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선물 지표는 CPI 발표 직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출 확률을 17%로 반영했다. 전날의 34%에서 반토막 난 것이다.
미국 채권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 파생상품 OIS(Overnight Index Swap) 시리즈의 금리 예상 수준도 연준이 다음 주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임을 가리킨다.
보고서 발표 전인 10일까지만 해도 다음 주 연준 금리인하 폭 예상값이 30.4bp(1bp=0.01%포인트)였으나 보고서 발표 후에는 26bp로 감소했다. 사실상 0.25%포인트 인하로 전망이 몰렸다는 의미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주 연준 회의 전 마지막 주요 경제 지표인 이번 CPI 보고서는 연준의 금리인하 필요성을 추가해줬지만 동시에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이유도 제공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전 3개월 추세와 비교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증거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동통계국은 CPI를 발표할 때 소수점 이하 첫째 자리 단위로 보고하지만, 연준과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플레이션 궤적을 면밀히 보기 위해 더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소수점 이하 둘째 자리까지 확인할 경우 근원 CPI 전월 대비 수치는 0.28% 상승이다. 발표된 0.3% 상승은 반올림으로 나온 수치다.
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거비가 0.5% 상승해 물가상승률을 이끌었다.
연준이 중요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는 CPI만큼 주거비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말 발표되는 PCE 지표는 연준의 장기목표치인 2%에 좀 더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리 선물 계약 상황을 보면 트레이더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1.0% 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 주에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을 하더라도 그 이후 남은 두 번의 통화결정회의에서 적어도 한번은 빅컷(0.5%포인트 인하)이 나올 것으로 보는 셈이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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