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채새롬 이동환 기자] “한국 시장은 저평가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고, 자본시장에서 평가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박유경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전무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융감독원·국민연금공단·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토론에는 이복현 금감원장, 김태현 연금공단 이사장, 김기경 거래소 부이사장 등이 자리했다.
박 전무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30년간 7배 성장했는데 코스피는 3배 성장했다”며 “한국이 만약 GDP가 성장한 만큼 코스피가 성장했다면 지수가 6000이 넘는다. 일본은 GDP가 3.5배, 지수도 3.5배 비슷하게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2004년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지수에서 17%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13% 비중이라면서 “그동안 대만과 인도가 치고 올라와 각각 19%를 차지한다. 참다못해 인덱스가 바뀌어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전무는 “경영권이란 말 자체를 시장에서 없애야 한다. 권리를 가진 유일한 존재는 주주”라며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장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마르 길 ACG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사무총장은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출범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로 보이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입법 진행 상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대표 사례로 의무공개매수제도 추진을 꼽았다.
ACGA는 아시아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최근 발간한 ‘CG Watch 2023’ 보고서에서는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한국의 종합 평가 점수를 57.1%로 아시아 12개국 중 8위로 평가했다.
소액주주 플랫폼인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열심히 하다가 부실기업이 된 게 아니라 애초에 부실기업이 될 작정으로 회사를 망치는 세력이 많다”며 “배임·횡령을 일으킨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 조치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까지 포함하는 방안이 밸류업의 핵심이라면서 “정부가 상속세 깎아주고, 총수 세금 깎아주는 것으로만 (정책의)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어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국내 대표 기관 투자자인 연금공단도 기업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이동섭 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주주총회 중 200여개가 3월 특정 주에 몰린다면서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저희가 여러 차례 분산해서 개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기업은 반응이 없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가치 개선을 경영진의 보상과 연계하고, 역할이 불분명한 사외이사가 적극적으로 밸류업 관련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욱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어느 정도 유지만 해줘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들의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실질적으로 확대되고,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이행과 관련해 “금감원은 펀드의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위탁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적정성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연금공단 이사장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투자 실적에 상응하는 위탁 운용사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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