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서미희 기자] 국세청과 관세청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추척 등 디지털 경제 확산과 탈세의 지능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세 인프라를 대폭 보강한다. 가상자산 거래 추적, 데이터 분석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과세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 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재산 도피·자금 세탁 등 불법 외환거래 단속 건수는 693건이었다. 단속 적발 금액은 11조253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130건(7189억원), 2021년 110건(1조3495억원)에서 2022년에는 129건 적발에 단속 금액만 6조3346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가상자산 관련 조사가 시작되면서 단속 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은 179건(1조8062억원)이었고 올해는 상반기까지 145건(1조438억)을 적발해 지난해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적발된 외환사범의 대부분이 무등록 외국환 업무, 즉 환치기와 지급수령 방법의 신고 위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치기는 외환 거래가 국경을 넘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내 거래처럼 위장하는 불법 행위다. 특히 가상자산을 활용한 환치기는 기존 수법에서 한층 진화된 형태로 이를 통한 불법 외환 거래가 늘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환치기와 재산 도피를 이용한 세금 탈루 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관세청이 관련 기관들로부터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제공 받는 등 수사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현재 해외 가상자산 거래 추적이나 과세 가능한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다”며 “암호화 자산 자동 정보교환 체계(CARF)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해외 가상자산 거래를 모두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같은 과세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 지능적 재산 은닉에 대한 강제징수 역량 역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도 부동산, 특허권, 해외 재산, 가상자산 거래 이력 등 외부 과세 자료를 연계 분석해 재산 은닉을 차단하고, 고가 외제차 리스 보증금과 허위 근저당 설정 등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지난 12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역외탈세 대응체계를 보강하기 위한 국제공조 확대를 통해 정보수집 채널을 다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외국법인간 국내주식 양도자료 제출의무 등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 국세청장에 따르면 가상자산·디지털플랫폼 등 신종정보의 국가간 교환을 준비하고, 해외 부동산 정보의 자발적 정기 교환을 실시하는 등 정보교환제도도 확충한다.
체납 관리의 과학화도 추진된다. 체납자 유형을 분류하고, 차량 압류·해제 전자촉탁 시스템을 확충해 효율적인 징수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번 과세 인프라 보강을 통해 가상자산과 외환 거래 등 디지털 경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탈세 및 불법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청도 내년 6000억여원의 예산을 편성해 해외직구 물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확대하고 마약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무역대금 결제수단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등 관련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관세청은 “내년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 안전을 수호하는 데에 방점을 두고 관세행정을 펼칠 계획”이라며 6583억원의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특히 마약 대금으로 악용되는 가상자산 흐름 포착을 위해 가상자산 추적·분석 시스템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14일 블록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가상자산 추적·분석 시스템 관련해 구체적인 인력, 시스템 도입 계획 등과 관련된 계획은 꾸려지는 대로 안내드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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