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잇따른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2년간 전세사기 의심 사례 2689건을 수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확인된 피해자는 총 1만6314명에 달했으며, 피해액은 2조4963억원에 이르렀다. 사기 형태로는 △가짜 임대인·임차인 등 사칭 피의자가 3141명(37.7%)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이 2081명(25.0%) △실제 임대인·소유자가 1454명(17.5%) △부동산 상담업자 등 브로커가 1122명(13.5%) 순으로 나타났다.
# “블록체인, ‘시간차’ 공격 예방할 수 있어”
이처럼 전세 사기 유형이 다양해지고 정보의 위・변조를 기존 시스템으로 막기 어려워지면서 누구나 실시간으로 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3월 블록체인 업체 지크립토로부터 ‘등기·등록정보의 보호·강화를 위한 블록체인 등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관한 연구’를 보고받았다. 보고서에는 기존 문서 위변조 방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동산 사기 예방을 위한 퍼블릭 블록체인 도입방안이 담겼다.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는 “전세 사기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시간차’ 공격”이라면서 “임대차 계약의 경우 계약을 체결한 당일에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자정 이후에야 효력이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시간차를 악용해 임대인이 대출을 받거나 다른 계약을 체결해 세입자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현재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주택임대차 대항력의 효력 발생 시점은 지난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익일 0시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세입자가 계약 당일 집에 담보대출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계약을 맺더라도, 임대인이 그날 중에 대출을 받거나 저당권을 설정하면 세입자의 전세권이 뒷순위로 밀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만약 전세 계약한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될 경우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임차인이 집을 담보로 근저당을 설정해 우선권이 은행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전세 계약 시 우선변제권 보장을 위해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저당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 당시에는 저당이 잡혀 있지 않았어도 나중에 확인해 보면 근저당이 설정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임대인이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시점과 실제 전세 계약을 하는 시간 차이를 이용해 근저당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오현옥 대표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전세권 설정과 같은 중요한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돼 계약이 체결된 순간부터 즉시 금융기관이나 제3자가 해당 부동산에 대한 권리 상태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대출을 통한 사기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범 단국대 교수도 “은행, 정부 등과 연계해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면 계약의 이행을 자동화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한다면 보증금 미반환 같은 위험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영지식 증명, 개인정보 노출 위험 최소화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문제에 대해서도 오 대표는 개인정보를 직접 블록체인에 저장하지 않고 해시값으로 암호화해 저장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자체는 블록체인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에 모든 데이터를 직접 저장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인해 적합하지 않다”며 “해시값만을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방식을 이용해 원본 데이터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해당 데이터가 변경되지 않았다는 것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검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해시 함수는 어떤 크기의 데이터를 입력하더라도 고정된 길이로 암호화된 값을 출력한다. 즉 입력값을 통해 출력값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암호화된 정보의 진위 여부는 영지식 증명과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은 데이터를 직접 노출하지 않고도, 검증자에게 해당 정보가 정확하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술을 사기 위해 성인 인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 이때 신분증을 제시하면 나이뿐만 아니라 주소, 이름 같은 불필요한 정보까지 노출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영지식 증명을 활용하면 성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도 성인임을 증명할 수 있다.
오현옥 대표는 “계약 당사자 간에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교류되며, 계약 체결 시 관련 내용을 암호화해 블록체인에 기록한다”며 “이후 관련 정보의 진위 여부는 영지식 증명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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