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경기침체 우려 완화·기술주 반등에 3주만에 상승 마감
연휴 직후 美기준금리 인하할듯…”연준과 시장 간 괴리조정 불가피”
日 통화정책회의 경계심도 고조…”코스피 3분기 저점 형성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지난주 국내 증시는 경기침체 공포에 따른 하락세가 이어지는 듯했으나 후반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다시 힘을 내면서 극적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칩의 견조한 수요를 재확인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에 훈풍이 불었고, 끊임없이 침체 우려를 자극해온 미국 경제지표도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했다.
금주는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예상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회의가 추석 연휴 직후 열린다. 하반기 세계 증시에 충격을 준 엔화 강세의 추이를 가늠할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은 연휴 기간 글로벌 증시 흐름과 이들 빅 이벤트까지 19~20일 한꺼번에 소화해야 할 입장이어서 증시에 변동성 경보가 켜졌다.
15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31.13포인트(1.22%) 오른 2,575.41을 기록하면서 3주 만에 반등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반도체주가 부진한 결과 지난 11일 삼성전자[005930]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코스피는 한때 2,500선을 하향 이탈하는 등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강한 AI 수요를 거듭 자신하는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AI 칩 생산을 위탁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증시가 오랜만의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8월 물가지표도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금리인하 사이클 시작의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주(9~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9천150억원을 순매도하며 3주 연속 매도세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이 4천896억원 순매수로 돌아서고, 개인도 2조2천64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3주 연속 매수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철강금속(12.17%)이 급등했고, 이전주 급락한 기계(6.74%), 의료정밀(6.48%)도 큰 폭으로 반등했다.
전기전자(-1.68%), 보험(-0.06%)은 약세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보다 26.61포인트(3.76%) 오른 733.20으로 4주 만에 반등했다.
금주 증시는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휴 이튿날인 한국시간 19일 새벽 9월 FOMC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편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FOMC에선 0.25%포인트 또는 0.50%포인트 등 기준금리 인하폭도 중요하지만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연준의 입장을 더욱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6월 FOMC에서 제시된 연준 점도표는 2026년까지 9회 금리인하를 상정했으나 시장은 더 많은 인하를 바라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연준에서 점도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고려해도 2025년까지 8회, 2026년까지 12회 이상의 금리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에 대한 연준과 시장 간 괴리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률과 실업률 등 미국 경기에 대한 연준의 전망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FOMC 이튿날(20일) 연달아 열리는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야말로 금주 금융시장의 진짜 고비라는 평가도 있다.
BOJ가 지난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한 결과로 발생한 엔캐리 트레이드(저리로 엔화를 빌려 고가치 자산에 투자) 청산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식시장에 ‘블랙먼데이’를 초래했다.
최근에도 BOJ 주요 인사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잇따르면서 엔/달러 환율이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불안 우려로 당분간 급진적 긴축은 이뤄지지 않겠으나, 금리 인상 지속 여부와 BOJ 입장을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연휴 기간인 17일 미국의 8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 실물 경제지표가 공개된다.
9월 FOMC 직전 나오는 이들 지표는 완만한 소비둔화 및 생산 모멘텀 약화 추세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침체 우려를 야기할 정도의 결과가 나올 경우 증시에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연휴 이후 미국·일본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과정을 거치며 코스피가 3분기 저점을 형성할 전망”이라며 “현재 코스피가 딥밸류(초저점) 구간에 있는 만큼 비중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금리인하 사이클 개시와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투자심리 회복의 호재가 될 수 있다.
지난주 말(13일) 뉴욕 증시도 금리인하 기대감이 유지된 결과 주요 주가지수가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휴 3거래일간 미국 증시의 변화, 19일 FOMC 결과를 반영하면서 일시적으로 주가 및 수급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의 침체 불안이 갈수록 완화하고 9월 FOMC와 BOJ 회의가 증시에 중립 이상의 흐름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금주 코스피 전망치를 2,520~2,630으로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6일 중국 8월 소매판매·산업생산
▲ 17일 미국 8월 소매판매·산업생산
▲ 18일 미국 8월 건축허가
▲ 19일 미국 FOMC, 영국 잉글랜드은행(BOE) 통화정책회의
▲ 20일 일본 BOJ 금융정책결정회의, 유로존 9월 소비자신뢰지수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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