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이지영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새로운 상승 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 관심이 비트코인에 쏠린 탓으로 분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지난 7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4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반등은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7일 빗썸 기준 이더리움은 한때 295만원까지 떨어지며 8개월 만에 300만원대를 반납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첫날 기록했던 496만원 대비 40.5% 빠진 수준이다.
비트코인 등 다른 주요 가상자산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약세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전달 대비 3.33% 상승하는 동안 이더리움은 8.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 대항마로 불리는 솔라나도 떨어졌지만, 하락 폭은 3.33%에 그쳤다.
유독 저조한 성과가 지속되는 배경은 상승 동력 부재에 따른 투자 매력 저하다. 대장주로 함께 거론되는 비트코인에 비해 투자 포인트가 적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트코인과 같이 현물 ETF가 출시됐음에도 기관 투자자 관심을 끌지 못한 점이 부진을 더욱 가중했다.
데이비드 두옹 코인베이스 가상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최근 이더리움이 저조한 것은 내러티브 부족과 유입 자금 부족 등 때문”이라며 “이더리움이 다른 가상자산을 따라잡으려면 투자자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새로운 촉매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더리움 현물 ETF가 새로운 촉매가 될 수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기관 투자자는 비트코인 기반 상품에만 관심이 있다”며 “이더리움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꼬집었다.
가상자산 스테이킹 회사 어테스턴트도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더리움도 비트코인처럼 광범위한 인지도를 얻어야 한다”며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처럼) 세련된 내러티브를 갖춘다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원하는 기관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은 제한된 발행량(2100만개)에 따라 ‘디지털 금’이라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실제 금과 같이 오랜 시간 구매력을 유지하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 포인트로 거론된다.
반면에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발행량이 무제한이다. 일정 수준의 발행량을 무한히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모델로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이는 투기적 수요와 초기 투자자의 과도한 보상을 감쇄하기 위함이다.
이더리움이 비트코인과 구분되는 또 다른 특성은 스테이킹 기능이다. 스테이킹은 일종의 예금 제도로, 투자자 개인이 보유한 이더리움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기면 보상을 돌려주는 구조다.
이더리움이 이번 약세를 끊어낼 계기도 스테이킹 기능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더리움 현물 ETF 상품에 스테이킹 기능이 추가된다면 ETF 수요가 추가로 유입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서다. 실제로 이더리움 투자자들이 스테이킹을 통해 이더리움을 추가로 얻어왔다는 점에서 현재 현물 ETF는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성 논란을 이유로 이더리움 현물 ETF 상품에서 스테이킹 기능을 제외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7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더리움은 스테이킹, 스마트 콘트랙트 등 별도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거래소 내 잔고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이더리움 가격은 ETF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SEC가 ETF의 스테이킹을 계속 허용하지 않으면 ETF 수요는 일부 억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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