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접전을 벌이면서 두 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확보에서 비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대선은 단순히 더 많은 표를 가져가는 후보가 이기는 게 아니라 50개 주(州)와 수도인 워싱턴DC에 배정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총 538명 중 과반(270명 이상)의 표를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50개 주가 있지만 정작 승패를 좌우하는 곳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세가 비슷한 경합주다.
경합주가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주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후보가 해당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전부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서 아무리 격차를 좁힌다고 해도 해리스 부통령보다 더 많이 득표하지 못하면 선거인단 54명 중 단 1명도 가져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남부의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텃밭)인 루이지애나(8명), 미시시피(6명), 앨라배마(9명)에서 총력전을 벌인다 해도 선거인단은 한 명도 차지하지 못한 채 시간과 자원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대선 때마다 양당 후보는 안정적인 지역을 내버려 두고 경합주에서 총력전을 펼쳐왔다.
이번 대선 경합주는 미국 북부의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수 19명),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과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16명),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 7개로 꼽힌다.
나머지 43개 주와 워싱턴DC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2020년 대선 때와 같은 결과를 재현한다고 가정할 경우 해리스 부통령은 226명,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9명의 선거인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시작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7개 경합주의 선거인단 93명을 어떻게 나눠 갖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누구든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백악관에 입성하는데 이론적으로는 각 후보가 269명을 가져가면서 선거인단만으로 승부를 가르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해리스 부통령이 위스콘신,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를 가져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에서 이기면 해리스 269명(226+10+16+11+6), 트럼프 269명(219+16+19+15)이 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에서 승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네바다를 가져가도 해리스 269명(226+16+16+11), 트럼프 269명(219+15+19+10+6)이다.
승자독식을 채택하지 않은 네브래스카주를 고려하면 변수가 더 늘어난다.
나머지 48개 주와 달리 메인주(4명)와 네브래스카주(5명)는 주 전체 투표에서 이긴 후보에게 선거인단 2명을 주고 나머지 선거인단은 각 선거구 투표 결과에 따라 배정한다.
2020년 대선 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메인주 전체 투표와 1선거구에서 이겨 선거인단 3명을 확보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선거구에서 이겨 1명을 얻었다.
당시 네브래스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체 투표와 1·3선거구에서 이겨 선거인단 4명을 가져갔고, 바이든 대통령은 2선거구의 1명을 확보했다.
이번 대선에서 메인은 2020년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네브래스카 2선거구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다.
2선거구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세가 비슷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현직 하원의원은 공화당 소속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을 확보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네브래스카 2선거구를 가져가면 해리스 269명(225+19+15+10), 트럼프 269명(220+16+16+11+6)이 된다.
이처럼 선거인단에서 비기면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국 대선은 각 주의 유권자가 선거 당일 투표하면 해당 주의 대표 격인 선거인단이 나중에 따로 모여 투표 결과대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는 선거인단이 유권자의 의향을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후보에 투표해도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은 없다.
실제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위스콘신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위스콘신의 선거인단을 가짜로 만든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되기도 했다.
로버트 알렉산더 볼링그린주립대 정치학 교수와 데이비드 코언 애크런대 정치학 교수는 더힐 기고에서 두 후보가 비길 경우 선거인단이 “강력한 로비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신의 없는 선거인단 한 명이 선거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인단 투표 후에도 동률인 상황이 계속될 경우 내년 1월 3일 새로 출범하는 119대 의회가 대선 결과를 결정하게 된다.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하원이 대통령을, 상원이 부통령을 결정하는 구조다.
하원에서는 435명의 하원의원이 각자 투표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대표하는 주 단위로 투표한다.
50개 주 가운데 26개 주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미국 선거 예측 사이트 ‘270투윈’에 따르면 현재 하원은 공화당이 26개 주에서 자당 소속 의원이 더 많으며 민주당은 22개에 불과하다.
이 사이트는 오는 11월 하원 선거 이후 공화당이 29개주, 민주당이 19개 주에서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원에서 대통령을 결정하게 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상원에서는 100명의 상원의원이 각자 투표하며 51명의 지지를 먼저 확보하는 후보가 부통령이 된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지만, ‘270투윈’은 상원이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에 넘어갈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1824년 대선 때 4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누구도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하원에서 존 퀸시 아담스를 대통령으로 결정한 전례가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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