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25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추석 이후 이러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의견과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17일 뉴시스가 국내 부동산 전문가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추석 이후 집값 향방을 조사한 결과 정부 가계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 8월 둘째주 ▲0.32%로 5년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뒤 ▲8월 셋째주 0.28% ▲8월 넷째주 0.26%▲9월 첫째 주 0.21% 등 3주 연속으로 상승폭이 줄었으나 이번주 0.23%로 다시 그 폭이 확대됐다.
이에 대해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대출규제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더 떨어지면서 가격 상승폭이 좀 더 줄어들 수도 있다”며 “매주 시세가 올라갔다 내렸다를 반복하겠지만 결국 지금 수준에서 횡보하며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은 집값이 비싸 집을 살 때 대출을 낄 수밖에 없는만큼 지방에 비해 가계대출 규제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결국 정부의 대출 규제로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강보합세를 보이며 주춤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의 공급이 당장 늘어날 수 없고 상승 기대심리도 여전해서 곧바로 내림세가 나타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부촌에서는 오히려 대출규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추석 이후 서울 일부 과열된 지역들의 경우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다소 진정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강남 3구는 대출규제 등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거래가 감소하더라도 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 등 선호 지역 및 단지에 대한 가격 상승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다만 대출 규제로 인한 관망과 가격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 누적으로 거래량과 가격 상승폭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 지방 집값은 미분양 적체로 추석 이후에도 하락세 계속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지방 아파트값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부분 비슷했다.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적체돼 있고, ‘똘똘한 한채’ 현상 등으로 인해 수요가 빠져나가고 있어 아직은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집값 상승 전환은 어렵다”고 단언했고, 함 랩장은 “지방은 주택구입 대기수요가 수도권에 비해 저조하고 미분양 적체 및 전세가격 하락 등의 요인이 겹치며 매매가격은 계속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위원은 “많은 사람이 지방 아파트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지방도 시장의 장바닥 시세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 실거래가는 꿈틀거리고 있다. 실제 시세의 선행지수 격인 7월 실거래가 잠정지수의 경우 지방도 0.05% 상승했다”며 “아직 전체 미분양의 80%를 지방이 차지할 정도로 소화불량에 걸린 점, 젊은 인구의 유출, 지역경제 위축 등을 고려하면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치며 바닥 다지기가 더 진행되겠지만 지방도 향후 신규 공급이 뜸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으면 내년 이맘때쯤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전월세시장도 수도권은 상승, 지방은 하락 전망이 우세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아파트 전월세 가격 역시 수도권과 지방이 양극화 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함 랩장은 “수도권은 시중 전매 매물량과 입주물량 등 공급량이 평년보다 저조한 상황이라 추석이후 전세값 상승 지속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반면 지방은 전세 값 낙폭 둔화가 예상되나 5만가구를 넘긴 미분양 적체 등의 여파로 전세가격 하락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 역시 “전세 시장의 경우에도 수도권의 가격 상승폭이 더 컸고, 서울 아파트의 경우에는 1년 이상 장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은 많이 올랐던 지역, 공급과잉 지역들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공급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 교수는 “전세시장의 경우 비아파트 수요자들이 아파트로 계속 넘어오다보니 매물이 줄어들고 있고, 계약갱신청구권 2+2년 기한이 끝나 집주인들이 계속 전세금액을 올려받고 있다”며 “추가적인 아파트 공급이 없는 이상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세 및 월세 가격도 같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박 위원은 “시중은행이 (갭투자 물건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을 규제하면서 전세는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모두 강보합할 것”이라며 “다만 월세화가 가속되면서 반전세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의 변수는 금리 인하? 대출 규제?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금리 인하인지, 아니면 대출 규제인지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세분화됐다.
고 교수는 “정부에서는 대출 규제를 하면 부동산 가격이 잡힌다고 생각하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의 경험을 미뤄보면 DTI가 처음 생긴 뒤 6개월 정도는 거래량도 떨어지고 가격이 조정되다가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다시 가격이 올랐다”며 “하반기 최대 변수는 결국 금리라고 본다. 금리가 올 상반기까지는 가격을 통제해줬지만 이제는 내성이 생겨 통제 기능을 상실했고, 이를 뒷받침해 줄 공급도 아직 부족하다. 이 상황에서 하반기에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 가격은 상반기 보다도 더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박 위원은 “시장에서는 호재와 악재 간 시소게임을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한때 연 2%대까지 낮아진 점, 강남 등 일부 핵심지역 아파트값이 신고가를 경신한 점 등을 보면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이 때문에 지금 서울 주택시장에선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의 약발이 더 크게 먹힐 수 있다”면서 “단 집값이 저렴한 지방은 대출 규제보다 기준금리 인하에 더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9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낮추고 한국은행에서도 연말에 금리를 인하한다면 지방 부동산 시장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의 추가 규제 정책 및 그 수위가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함 랩장은 “현재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함께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 규제를 본격화했다”며 “향후에도 집값 불안 양상이 큰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같은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추가 규제책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세제, 대출, 청약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