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 달여 앞두고 인하 개시…”문제는 인플레 아닌 고금리” 주장도
소매판매 지표 호조에도 50bp 인하 전망 60%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18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개시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금리 인하 과정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침체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던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을 높게 봐왔지만, 최근 들어 경제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착륙 기대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상황과 관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95년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때처럼 경제를 연착륙시키고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고 17일 평가했다.
1989년 이후 6번의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 가운데 즉각적인 경기 둔화를 겪지 않았던 적은 1995년과 1998년 2차례이며, 1995년 당시 연준은 6개월여간 기준금리를 6%에서 5.25%로 낮췄지만 침체는 없었다.
현재 미국 주식·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가계·기업의 대차대조표가 탄탄하다는 점을 근거로 1995년식의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업 이익과 가계 자산은 사상 최고 수준인 만큼 경제 충격이 와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여전히 사상 최고점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향후 12개월간 기준금리가 200bp(1bp=0.01%포인트) 넘게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신용 스프레드(미 국채와 회사채 간의 수익률 차이)는 역사적 저점에 가깝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전략가는 미 대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이번 금리 인하 과정에서 침체가 없을 것으로 보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심리적 반응이 있을 것이며, 이는 (시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봤다.
BMO자산운용의 마윙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미 경제와 증시가 직면한 큰 문제가 아니다. 고금리가 문제”라면서 “금리 인하를 통해 연준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경기 둔화를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CIO는 “침체가 근접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경제는 완만하지만 여전히 매우 좋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50bp 금리인하(빅컷)를 단행해야 한다면서, 최근의 시장 기대는 빅컷에 따른 연준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며 25bp 인하 시 시장이 실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번 금리 인하 폭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금리 인하 속도라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5일까지만 해도 25bp와 50bp 인하 전망이 각각 59%, 41% 수준이었는데, 이후 11일까지 86%, 14%로 조정됐다가 12일 다시 57%, 43% 수준으로 바뀐 바 있다.
12일 나온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기대에 대체로 부합했지만, PPI 분석 결과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8월에 완화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소매 판매 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것은 빅 컷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지만, 17일 기준 50bp 인하 기대가 64%로 25bp 인하 전망 36%를 앞서고 있다.
연말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125bp나 100bp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각각 42.2%, 32.6%로 대다수다. 100bp 이상 인하를 예상하는 전망이 91.9%에 이른다.
T.로웨 프라이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블레리나 우루치는 이번 금리 결정에 대해 “동전 던지기”로 평가하면서, 연준이 빅컷과 함께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를 통해 연내 100bp 인하를 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