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김희선 권혜진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적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가 유동성 공급을 늘리며 부동산 가격 상승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조치로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고, 올해 들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상당히 오르며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당분간 ‘관망세 우세’를 점치는 이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집값을 끌어올리는 이유지만, 최근 정부가 가계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하락 요인”이라며 “금리 인하보다는 대출 규제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위원은 특히 서울과 수도권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집값이 이미 많이 올랐다는 점을 짚으며 “수도권은 상승 폭이 둔화되는 정도, 서울은 고가 주택 중심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대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덜 반영된 지방 시장과 빌라, 상가, 오피스텔 등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단비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한국은행이 뒤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시장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따라갈지 알 수도 없고,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곧바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지금 분위기가 대출을 실행할 상황도 아니어서 연말까지는 큰 반응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감 소장은 최근 서울의 부동산 시장이 가파르게 오른 점을 지적하며 이미 현장에선 가격 부담과 대출 규제로 관망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의 숨 고르기 장세가 지나가고, 기준금리가 일관성 있게 하향세를 나타낸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전세 불안지역이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측면에서 금리 인하가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요인인 것은 맞다”며 “숨 고르기 조정 행보를 보이다가 전세가 부담 등으로 내집 마련을 해야겠다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고, 마침 그 국면에 기준금리도 낮아진다면 투자심리가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빅컷’으로 10∼11월 국내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이지만, 금리 인하 이후에도 대출 규제 때문에 거래량 증가세나 가격 상승 움직임은 둔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함 랩장은 “정부가 금리 인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1금융권도 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줄이고 갭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금리 인하 효과는 상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외 다른 부동산 유형까지 확대해서 보면 금리 인하가 시장 전반의 거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증권 부동산 담당 이경자 대체투자팀장은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에 따라 전반적인 거래 증가와 가격 회복이 예상된다”며 “아파트 등 주요 섹터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상승하며 지방과의 양극화는 불가피하지만, 지방도 공급 조절로 2026년에는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오피스는 견조한 가격 상승이, 과잉 공급과 거품으로 어려움을 겪는 물류센터는 연말부터 수급 균형으로 우량자산부터 가격 회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