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서미희 기자] 두나무와 케이뱅크의 제휴 계약 기간이 내년 12월까지 단기로 조정되면서 두나무가 향후 새로운 제휴 은행을 물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의 3년 장기 계약 관행과 달리 최근 양사는 단기 계약을 맺으며 협력 관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두나무가 제휴 은행을 교체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뱅크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간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 기간이 최근 공개됐다. 이는 케이뱅크가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양사는 2020년 6월에 처음 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 기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이어져 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케이뱅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두나무와의 제휴 관계 변화가 주요 사업 위험 요소로 언급됐다는 점이다.
현재 업비트 이용자의 예치금은 케이뱅크의 주요 수신원이며 이는 수익원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업비트 예치금이 케이뱅크 수신잔액의 16.8%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단축되면서 두나무가 다른 은행과 제휴를 맺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업비트 예치금은 케이뱅크의 주요 수신원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만약 두나무가 새로운 금융기관과 손잡게 된다면 케이뱅크의 수신액은 급감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두나무를 포함한 핵심 전략적 파트너사와의 제휴 연장에 대한 우려를 미리 주주들에게 공지했다.
증권신고서에는 “당행은 두나무를 포함한 핵심적인 전략적 파트너사와 지속적인 제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당행과 파트너사 양 당사자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파트너사에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경우 당행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두나무의 경우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2025년 10월 이후 당행 외 타 금융기관과 추가로 제휴를 하거나, 당행과의 제휴를 종료하고 타 금융기관과 제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명시했다.
이러한 사전 경고는 케이뱅크가 앞으로 제휴 연장에 실패할 경우, 두나무의 예금 인출로 인해 케이뱅크의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두나무가 새로운 파트너 물색에 나설 경우 앞으로 양사의 협력 관계에 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 간의 계약은 법적으로 규정된 사항은 없다. 하지만 거래소 당 한 곳의 은행과 제휴하도록 그림자 규제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빗썸은 최근 KB국민은행으로 제휴사를 변경하는 신고를 제출한 바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빗썸의 제휴 은행 변경 신고를 승인하지 않아 빗썸은 농협은행과 6개월 더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두나무 관련 내용에 대한 질문에 케이뱅크 관계자는 “투자자를 위해 가능성이 있는 모든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려야 하기 때문에 상세하게 적었다”고 답했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하면서 기업 가치를 최대 5조 원대로 설정했다. 이는 시장 예측 범위의 하한선 수준으로 카카오뱅크와 비교할 때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오너리스크로 인한 주가 변동 사례를 참고하여 ‘모험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케이뱅크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본업의 기초체력과 업비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문제로 거론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인터넷은행이라는 특성이 시너지를 일으켜 성장한 사례”라며 “업비트가 케이뱅크를 넘어설 파트너사를 찾는다면 양사의 계약 관계 지속도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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