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정책 시행 이후 여러 상장기업이 밸류업 계획 공시를 했지만 자기자본비용(COE)을 고려한 기업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20일 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은 우리 회사 자본비용이 얼마인지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자본비용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과 사업의 불확실성 위험에 상응해 기대하는 요구 수익률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본비용을 밑도는 기업은 자본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자본비용이 얼마인지 주주들에게 내놔야 하는데 못 내놓고 있다”며 모범 사례로 메리츠금융지주[138040]의 밸류업 계획을 언급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7월 밸류업 공시에서 자본비용을 약 10% 수준으로 제시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자본비용과 총주주수익률(TSR), 주주환원율, 자본초과수익 등 모든 핵심 지표가 밸류업 계획에 포함돼 있다며 메리츠금융지주를 ‘밸류업 모범생’으로 선정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재무이론에 따르면 자본비용보다 ROE가 높으면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보다 크고 우리나라는 지금 ROE가 요구수익률 또는 자본비용보다 낮다”면서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하려면 자본비용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하는데 밸류업 공시를 한 키움증권[039490]은 그 인식이 없어 박한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밸류업이 임금 인상처럼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오해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자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주주환원을 더 하든지, 아니면 재투자를 더 하든지 해서 기업가치와 시가총액, 주가를 올리는 것이고 그게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있는 주주 충실의무가 대법원 확정판결로 일반 상장기업에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규식 변호사는 “부동산투자회사법상 리츠를 인가할 때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그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심사하지만 일반 상장기업은 이사회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없다고 한 삼성물산[028260] 제일모직 합병 대법원 판결 때문에 주주 수탈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가 주주 충실의무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입법이 아니고선 방법이 없다”며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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