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채권개미들이 미국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리는 ‘빅컷’ 이후 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투자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상태지만 미 대선 불확실성, 침체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채권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32조4369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달 3~4조원 가량 사들이는 추이로 볼 때 연말이 되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37조562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4조5675억원에 그쳤던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022년 20조6113억원으로 351.26% 급증했다.
이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이미 보유하고 있던 고금리 채권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금리 인하로 기존 채권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제로금리 시대를 지나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채권 투자에 눈을 돌렸다. 채권은 주식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속에 안전자산으로 선호도가 높아졌다.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도 덩달아 인기였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채권을 3조3343억원을 사들이는 데 그쳐 월별 기준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를 경신했던 지난 4월(4조5273억원) 대비 26.35%) 수준이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가 크게 하락한 영향이다. 검은 월요일이었던 지난달 5일 국고채 3년물(2.806%)과 10년물(2.878%) 금리는 일제히 연중 최저를 경신했다.
이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결정했다. 금리 인하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이다.
직후 국고채 3년물(2.843%), 10년물(2.979%)은 전 거래일 대비 각 0.021%포인트, 0.051%포인트 뛰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 금리 인하에도 미 국채 금리가 반등했듯 국내 기준금리 인하도 마찬가지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즉 기대가 반영된 정도가 크면 채권 금리는 반등한다”며 “연말 한국 기준금리 예상 수준 3.0~3.25%에 비해 국고채 10년물 3.0% 이하는 너무 낮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금리가 반등할 리스크는 언제든 존재하며 너무 낮은 금리에 채권을 매수하지는 말자는 입장”이라며 “현 시점부터 연말까지 국채 10년물 금리는 2.9~3.2%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선반영됐음에도 미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 침체 리스크가 남아있어 연말까지 채권 투자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이후 금융시장 흐름을 보면 주식보다 채권 가격이 우세(금리 하락)했다”며 “침체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더라도 첫 금리 인하 전후로는 채권이 좀 더 마음 편한 투자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 달 내외 기간 동안 금리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재료 소화, 빅컷 인하의 경제적 효용 가치 등을 점검하며 채권 랠리를 쉬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현 수준 대비 0.30%포인트 상승 수준에서 매수 대응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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