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정책포럼 ‘미국 차기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 전망 및 국내 대응방안’
“가상자산, 달러 패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
금융위 “2단계 입법 조속히 논의할 것”
“5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은 앞으로 달러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하고 자국의 국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가상자산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서둘러 전자증권법 개정과 2단계 입법을 서둘러 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미국 차기 정부의 디지털 자산 정책 전망 및 국내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원은 “가상자산 정책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입장 차이는 분명하지만, ‘달러 패권 강화’와 ‘국익 우선’이라는 기본 전제는 같다”며 “미국 시장은 규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확대가 이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양 후보가 ‘달러 패권 강화’와 ‘국익 우선’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세부적인 가상자산 이슈에 대해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대통령 당선 시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해리스는 비트코인의 전략 자산화에 대해 침묵을 지키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7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보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자산 발언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전략적 비축 자산(strategic reserve asset)은 경제 안정과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축적하는 자원으로 대표적인 사례가 원유다.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 미국은 석유 결제를 통해 달러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1974년 미국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러로만 원유 대금을 결제하는 밀약을 체결했고 그 대가로 사우디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달러는 다시 국제 기축통화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정유신 서강대 교수도 “금본위제 폐지 이후 원유 결제를 통해 달러의 영향력을 유지한 것처럼, 미국은 앞으로도 달러 패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블록체인이 새로운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해리스도 비트코인 전략 자산화를 포함해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해리스 캠프 내에 친 가상자산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대통령이 될 경우 가상자산 규제가 현재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2단계 입법 지원할 것”
이처럼 미국 대선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도 토큰증권 개정과 이용자보호법 이후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2단계 입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 부회장은 ‘미 차기정부 디지털자산 정책 전망 및 국내 대응방안’에 관한 토론에 참석해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여러 분야에서 전통 금융가 융합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주요국들이 디지털 자산 규제를 체계화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 결과가 가상자산 시장의 속도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우상향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미 대선 이후 성장할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한국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토론에 참석한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과장은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법인 실명계좌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실무적인 차원에서 업계와 현재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책 방향을 포함해 여러 국가의 규제 동향을 파악하면서 사업자 영업 행위, 진입 행위 규제 등을 중심으로 2단계 입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재섭 국민의 힘 의원과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국 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 변화가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국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재섭 의원은 환영사에서 “디지털 자산 문제는 그 어떤 현안보다 민생과 밀접한 사안”이라며, “이 분야는 반드시 제도적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최근 토큰증권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관련 준비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