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미국이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나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가격이 부담된다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미 금광기업도 투자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2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온스당 26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이후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금값도 11만원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에 따르면 전날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11만1430원으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금리와 역(逆)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경기 불확실성이 높을 때 리스크 헷지(위험 분산) 수단으로 여겨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를 인하한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금 존재감이 다시 빛났다. 전세계 중앙은행들도 꾸준히 금을 매입한 바 있다.
금값이 이미 오를 만큼 오른 터라 가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대체제로 은도 주목받고 있다. 덕분에 금과 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양호한 수익을 내고 있다. 금 선물지수를 2배 추종하는 에이스(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와 코덱스(KODEX) 은선물(H)는 이달 들어 각 5.49%, 5.11% 뛰었다.
다만 은에 투자할 때는 귀금속에 속할 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산업재 성격도 갖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전체 수요 중 60% 이상이 산업향이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간 금, 은(현물)은 FOMC 회의에서 0.50%포인트 금리 인하가 결정되면서 귀금속 투자의 기회비용이 낮아지며 가격이 상승했다”며 “중동 지역의 지정학 리스크도 안전자산 선호를 야기하며 귀금속 가격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관점에서 금리 인하 연속성에 따른 실질금리 추가 하락, 기회비용 감소에 따른 ETF 등 매수세 유입, 안전자산 선호 지속 등이 모두 우호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이 또 다른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는 건 지난 2년간 금 가격 상승 최대 원인으로 신 냉전 시대 비서방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꼽히기 때문”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비서방국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가 확대될 경우 탈달러화를 가속화시키며 금 가격의 구조적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미국 재정 문제로 인한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 확대 등이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고 정부 부채 증가세가 확대되면 지난해 상반기 또는 2011년 8월과 같은 국가 CDS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원자재 대신 주식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미 금광 기업도 추천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금 가격 방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가격 수준이 고민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경쟁 자산들을 되돌아 봐야 할 때”라며 “금광 기업 마진은 온스당 1200달러에 육박하지만 이를 추종하는 금광 기업 ETF는 여전히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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