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매도 의견에 SK하이닉스 급락…국내 증시 ‘허약 체질’ 충격 키워
국내 증권사 ‘매도 리포트’ 0.02%…10% 넘는 외국계에 시장 의존도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반도체 보고서에 국내 증시가 휘청이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국내외 시장 영향력이 막강한 외국계 IB가 주가를 흔들려는 의도를 갖고 비관적 리포트를 반복적으로 낸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수급에 쉽게 휘청이는 국내 증시의 허약한 체질과 맞물려 매수 의견 일색인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 관행 때문에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모건스탠리 ‘매도 리포트’에 SK하이닉스 주가 폭락…과거에도 악연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SK하이닉스 종가는 15만7천100원이다.
지난 19일에는 장중 낙폭이 11.12%까지 커졌다. 시가총액 2위 종목이 이러한 낙폭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초와 이달 초의 폭락장 당시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연휴 기간인 지난 15일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현재 주가보다 낮은 12만원으로 낮춘 ‘반토막 보고서’가 나온 이후 첫 시장 반응이었다.
모건스탠리는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하면서 스마트폰·PC 수요 감소에 따른 일반 D램 가격 하락,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과잉을 이유로 제시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 목표주가도 10만5천원에서 7만6천원으로 내려 잡으면서 코스피 지수마저 끌어내렸다.
외국계 매도 리포트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모건스탠리와 국내 반도체 종목은 악연이 깊기도 하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에도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8천원에서 8만9천원으로 낮췄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5만6천원에서 8만원으로 대폭 내렸다. 이후 두 종목은 연일 하락세였다.
모건스탠리는 2017년 셀트리온[068270]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과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두 종목의 주가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천719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되자 ‘선행매매’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증시가 외국인 수급에 쉽게 흔들리는 허약한 체질이라 주가가 흔들리는 폭이 더 심하다”며 “주가를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악의적 의도를 가진 외국계 리포트도 일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 국내 증권사 ‘매도 리포트’ 0.02%…외국계는 10% 넘어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계 매도 리포트에 대한 시장 의존도가 더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불신과 별개로 실제 외국계 리포트에 대한 시장 신뢰도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특히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된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과 ‘갑을 관계’로 엮인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달리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하게 투자 의견을 제시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매도 리포트’ 비율로만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1월 1일∼9월 20일) 국내 증권사 종목 보고서 1만3천76건 중 ‘매도’ 의견은 단 3건(0.02%)에 불과했다.
‘매수’ 의견이 1만2천149건(92.91%)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보유'(Hold) 의견은 909건(6.95%)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사실상 무조건 “사라”고 권유하는 셈이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대체로 10% 넘는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은 올해 제시한 투자 의견 중 매도가 15.2%였다. 매수와 보유 의견은 각각 38.6%, 46.2%였다.
이외에도 외국계의 매도 의견 비중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16.8%, 메릴린치 서울지점 22.8%, ,JP모건 서울지점 12.7%, 노무라금융투자 14.3% 등이었다.
국내 리포트는 대부분 무료 제공이지만, 외국계 리포트는 유료인 점도 차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는 기업에서 수수료를 받고 수익을 내다보니 기업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보고서를 내기가 어렵다”며 “외국계는 자유롭게 매도 리포트를 내는데 국내는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외국계 리포트가 항상 맞거나 항상 틀리는 것도 아니지만, 매도 의견이 희소성이 있다 보니 시장의 관심이 더 많이 몰리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건스탠리가 적어도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눈치를 보면서 보고서를 쓰지는 않는다”며 “글로벌 IB 애널리스트가 국내외 통틀어 가장 실력 있고 독립성도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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