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계부채가 변수 될 듯
‘안전자산’ 채권·금 투자 추천…주식은 美 대선·경기 관건
예금 운용 장기로…대출은 변동금리 좋지만 당장은 고정형이 낮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정책금리 0.50%p 인하)과 함께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선 가운데, 은행권 대출 금리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하하면 은행권 예금·대출 금리도 시장 금리 하락을 반영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투자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기 ‘안전 자산’인 채권과 금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의 경우 미국 대선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여부 등 변동성이 확대 요인이 남아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 은행권 대출 금리 하락세…美 이어 한은도 연내 금리 인하 전망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주기형·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850∼5.633% 수준이다.
지난달 30일(연 3.850∼5.736%)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0.103%포인트(p) 내렸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연 4.500∼6.471%)도 하단이 0.09%p, 상단이 0.07%p 하락했다.
주담대 금리가 내린 것은 지표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지표인 신규 코픽스(COFIX)는 3.42%에서 3.36%로 0.06%p 떨어졌다.
혼합형 금리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3.291%에서 3.187%로 0.104%p 하락했다.
다만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 조절을 위해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탓에 혼합형 금리 하단은 그대로였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 하락을 반영해 같은 기간 연 3.990∼5.990%에서 연 3.890∼5.890%로 상·하단이 0.1%p씩 내렸다.
연준의 ‘빅컷’으로 한은의 피벗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금리도 더 떨어질 수 있다.
은행권 투자 전문가들은 한은이 4분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흐름을 꼽았다.
장윤서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지점 골드PB부장은 “미국 금리 인하로 인해 한국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도 당겨질 것”이라며 “한은이 10월 금통위까지 가계부채 흐름을 점검한 뒤 내수 부진에 대응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미국 정책금리 인하로 한은이 큰 폭은 아니더라도 소폭의 인하 가능성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한조 NHALL100자문센터 애널리스트도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한은도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며 “경제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과의 금리 차가 줄어들면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연내 2회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국내 금리도 현재보다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장현상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10월보다 11월이 유력하다”며 “연준이 예상외로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은은 국내 요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10월 금통위는 11일에 열리는데, 가계대출 둔화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10월 금통위에서는) 소수의견을 내고 가계대출 규모가 완화되는 것을 확인한 후인 11월 통화정책 전환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채권 금리 추이 ※ KB·신한·하나·우리은행, 금융투자협회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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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 9월 20일 | 변동 폭 | |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 연 4.590∼6.541% | 연 4.500∼6.471% | -0.090%p, -0.070%p |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 연 3.850∼5.736% | 연 3.850∼5.633% | 변동없음, -0.103%p |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 연 3.990∼5.990% | 연 3.890∼5.890% | -0.100%p, -0.100%p |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 | 3.420% | 3.360% | -0.060%p |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 3.291% | 3.187% | -0.104%p |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 3.359% | 3.236% | -0.123%p |
◇ 금리 인하기에는 채권·금 주목…주식 변동성 확대 가능성
은행권 투자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 눈여겨봐야 할 투자처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채권과 금을 꼽았다.
다만 현재 채권과 금 모두 가격에 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돼있어 큰 폭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장윤서 골드PB부장은 “금리 인하가 선반영 됐지만 미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 침체 리스크가 남아 있어 연말까지 채권투자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본다”며 “과거 미 연준 첫 금리 인하 이후 금융시장 흐름을 보면 주식보다 채권 가격이 우세(금리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채권보다는 금리 인하의 영향을 빠르게 받는 단기 채권 투자의 수익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금에 대해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글로벌 경제와 금리 인하에 따른 약달러 환경이 밑받침돼 비중을 일부 확대해도 유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상원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부장은 “채권은 이미 가격에 선반영돼있어 비중 확대보다는 보유를 추천한다”며 “단기채권 중심으로 투자하되 장기채권은 분할매수 전략을 권한다”고 했다.
이어 “금은 주식, 채권과 함께 분산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한조 애널리스트도 “금은 실질금리와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다”면서도 “이미 가격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연준 금리 인하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주식에 대해서는 미국 대선 결과와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 부부장은 “미국 대선 전까지는 주식 비중 확대보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유지가 필요하다”며 “경기 침체가 아니라면 대선 후 주식시장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고, 성장주에 편중하기보다는 인덱스와 배당주 투자를 추천한다”고 했다.
장 골드PB부장도 “미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둔 가운데 인공지능(AI) 거품론, 반도체 하락 사이클 진입 등 시장 변동성을 키울 요소가 많아 주식 비중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준의 금리 인하가 ‘보험성 인하’인 만큼, 주식 비중 확대를 권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조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에 대비한 금리 인하가 아니라 보험성 인하, 또는 정상화 차원의 인하로 보인다”며 “현재 나오는 경제지표를 보면 경기 침체가 아니라 둔화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식을 비롯한 투자형 상품은 점진적인 비중 확대 전략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승희 KB국민은행 WM고객그룹 수석차장도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는 보험성 인하 성격에 가깝고, 경기는 큰 폭의 하락보다 하반기 얕은 둔화에 그친 후 내년 완만하게 회복 흐름으로 복귀할 것으로 본다”며 “금융시장 위험선호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예·적금 만기는 길게…대출은 ‘변동금리’가 유리
은행권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예·적금 상품을 운용할 때, 만기를 장기로 운용하라고 권했다.
최정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는 “예·적금에 가입한다면 가급적 만기를 길게 잡는 게 좋다”며 “연말로 갈수록 수신금리 하락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PB는 확정금리형 연금보험도 언급했다. 그는 “주요 보험사에서 5년간 확정금리 제공과 함께 일정 기간(3년 혹은 5년)이 지나면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터라 본격적인 금리 하락을 앞두고 고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운영계획이 없는 여유자금이라면 만기를 늘려 예·적금으로 운영하되, 확정금리형 연금보험도 함께 고려할만하다”고 했다.
유상훈 신한PWM이촌동센터 팀장도 “금리 하락기에는 장기간 현재 금리로 고정해 투자하는 상품이 인기”라며 “금융지주회사 발행 조건부 자본증권은 5년간 현재 금리로 고정해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대출받으려는 금융 소비자라면 주기마다 금리가 달라지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금리 자체가 낮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자 비용을 줄여야 한다면 혼합형·주기형을 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최 PB는 “당장은 금리가 높더라도 1년 혹은 6개월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후 향후 시장 추이를 살피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신규 대출을 받은 이후 3년간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되지만, 변동금리에서 혼합형이나 주기형으로 대환하는 경우에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기 때문에 향후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고객은 이 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혼합형과 주기형 금리가 약 50∼60bp(1bp=0.01%p) 정도 낮기 때문에 당장 이자 비용을 줄이고 싶은 고객이라면 혼합형이나 주기형 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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