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브라질 대법원 판사의 제재 명령에 항의해 현지 사무소를 폐쇄했던 일론 머스크의 소셜 미디어 X가 명령에 따르기로 굴복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X는 지난 20일 브라질 대법원 알렉산드레 데 모라에스 판사의 요구에 따라 현지 대표를 임명하고 허위 정보를 퍼트려 브라질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으로 지목된 계정을 폐쇄했으며 부과된 벌금도 상당부분 납부했다.
그러자 모아레스 판사는 다음날 5일 이내에 X가 브라질 내 법적 지위를 확정하는 작업을 끝내라고 명령하고 브라질 당국들이 X의 브라질 내 법적 지위를 검증하도록 요청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X를 우파 이데올로기를 자유롭게 설파하는 수단으로 삼으려 시도해온 머스크는 결국 X의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브라질에서 굴욕을 맞보게 됐다.
모라에서 판사와 머스크는 줄곧 충돌해왔다. 머스크는 모라에스 판사를 해리 포터 소설에 나오는 볼드모트와 같은 독재자라고 비난했고 모라에스는 머스크를 브라질 민주주의를 뒤엎으려는 “디지털 민병대”의 배후로 지목해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 달 머스크가 모라에스가 폐쇄를 요구한 계정 폐쇄를 거부하자 모라에스 판사가 벌금을 매겼고 X는 내기를 거부했다. 그러자 모라에스가 브라질 내 X 법률 대리인 라첼 데 올이비에라 빌야 노바를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머스크가 비야 노바를 해고하고 브라질 내 법인을 폐쇄하자 모라에스가 새 대표자를 임명하거나 브라질 내 X서비스 중단을 선택하도록 명령했다. 머스크가 이를 거부하자 모라에스 판사가 이용자 2000만 명이 넘는 X의 브라질 내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이후 많은 X 이용자들이 다른 소셜 미디어로 이동했고 결국 브라질 국민들은 X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반면 브라질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X는 제3자의 보안회사 클라우드플레어를 통해 브라질 국민들이 X에 접속할 수 있는 우회로를 개설했다.
그러자 모라에스 판사가 “X가 브라질 법원을 무시하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100만 달러 가까운 벌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며칠 뒤 X가 결국 비야 노바를 브라질 디지털 대표로 다시 임명해 모라에스 판사의 명령을 따르기 시작했다.
머스크가 굴복하면서 많은 브라질 국민들이 안도하고 있다. X 이용 금지명령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권 보호와 외국 개입에 민감한 이 나라에서는 브라질 대법원에 머스크가 맞서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도 강하다.
현지 신문 오글로보는 지난 주말 사설에서 “X가 압력 때문에 굴복했다. 주권 보호를 위해 X를 금지한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장기화되면 안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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