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3거래일간 12% 떨어지고, 니케이가 21% 폭락한 ‘블랙먼데이’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인 가운데 이를 유발한 앤케리 트레이드 자금 전체 잔액이 3조4000억 달러로 추정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속될 경우 앤케리 자금 일부가 청산될 것으로 보면서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을 전체 자금의 6.5%인 20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빅 이벤트 발생에 따라 글로벌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24일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가능 규모 추정-BOK 이슈노트’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김의진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차장과 김지현 과장, 김민 과장, 문상윤 외환시장팀 차장과 이재영 과장, 박상우 조사역 등이다.
과거 17년간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유지로 시장에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하는 엔캐리 투자가 성행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엔화 자금이 빠져나가며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바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엔캐리 자금에 대해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과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등 3가지 형태로 구분해 각 자금의 장기 추세에서 벗어난 정도를 청산 가능한 엔캐리 자금규모를 정의하고 이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저자들은 전체 엔캐리 자금의 전체 잔액은 3조4000억 달러(506조6000엔)으로 추정했다. 이 중 유인 축소시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은 2000억 달러(32조7000억엔)으로 전체 엔캐리 자금의 6.5%로 봤다.
세부적으로 비거주자의 비상업 엔화 선물순매도 포지션 잔액은 5000억엔으로 전액을 청산 가능 금액으로 봤다.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 잔액은 41조1000억엔으로 이중 13조엔을 청산 가능 규모로 추정했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465조엔으로 이중 19조2000억엔을 청산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지속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축소되면서 그동안 누적된 온 엔캐리 자금이 일부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자금유형별로 투자목적과 투자시계 등이 달라 청산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저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 글로벌 빅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엔캐리 청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과장은 “8월 초 나타났던 엔캐리 청산은 과거 글로벌 위기처럼 위기가 있던것은 아니다”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일본은 금리 정상화 통화정책 전환 시점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이날 한은 블로그에 ‘캐리 트레이드’ 글을 통해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에도 미국 경제의 강건성이 확인되면서 투기적 단기 엔캐리 청산에도 빠르게 회복됐지만, 관련 리스크를 과소 평가히지 않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예컨대 아이슬란드의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위기 이전 금리차에 기반해 과도하게 유입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지목됐다는 점과 미국의 2008~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미국의 신용버블의 배후에 엔캐리 자금의 유입이 있었다는 점에서다.
윤 국장은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위기를 직접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변동성이 증대되는 시점에 투자 대상 국가의 통화가치와 자산가격의 하락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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