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 블록미디어 정아인] “올해 트렌드인 디핀(DePIN) 메타는 중국이 주도합니다”
매년 9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토큰2049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가장 큰 국제 컨퍼런스로 손꼽힌다. F1(Formula 1) 기간에 맞춰 진행됐다. 4월에는 두바이에서도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본 행사 기간에 공식적으로 진행된 사이드 이벤트 개수만 약 800개로, 프라비잇 디너 등 비공식 행사를 포함하면 1000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토큰 2049는 암호화폐 VC(벤처 투자자), 마케팅 업체, 프로젝트 빌더들이 한 장소에 모인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는 전통 금융의 중심지다. 2019년부터 지불서비스법을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계도 마련했다. 많은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근거지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는 이유다. 또한 토큰2049 행사 기간에는 각종 싱가포르 뉴스 매체에서 관계자들을 데려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홍보하기도 한다.
암호화폐 업계는 글로벌 산업으로 업계 관계자들부터 빌더까지 모두 한데 모이기 쉽지 않다. 싱가포르 토큰2049는 모두가 한 장소에서 모이는 연례행사 각종 프로젝트들도 한 해의 성과, 신규 프로덕트 공개, 브랜딩 등을 위해 기꺼이 행사를 진행한다. 싱가포르의 내로라 하는 클럽, 국립 박물관, 마리나샌드베이즈 내 식당, 심지어 성당 등이 이 기간에는 모두 대관된다.
평상시 갈 수 없는 장소뿐 아니라 많은 주요 관계자를 만나 자신의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 행사 참여자들도 F1 기간이 겹쳐 값이 3~4배 뛴 숙박비를 감당한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도 명절 연휴를 내놓고 토큰2049로 향했다. 필자도 현장에 함께 했다.
# “디핀(DePIN) 메타는 중국이 주도합니다”
올해 들어 가장 주목받는 암호화폐 업계 내 키워드로는 △비트코인 레이어2 △디핀(DePIN, 분산형 물리적 인프라 네트워크) △RWA(Real World Asset) 토큰화 △AI와 블록체인 융합 △DeSci(탈중앙화 과학) 등이 있다.
토큰2049 현장에서 눈에 띈 건 바로 디핀이다. 디핀은 실제 물리적 인프라를 블록체인 기술로 구축하고 운영하는 네트워크다. 통신, 에너지, 데이터 저장, 컴퓨팅 파워 등 여러 인프라에 적용된다. 개인이나 기업이 가진 저장 공간, 컴퓨팅 파워 등을 네트워크에 제공하고, 보상으로 토큰을 얻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렌더 네트워크는 유휴 GPU를 이용해 3D 랜더링 작업을 수행한다. GPU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RNDR 토큰을 보상으로 받는 구조다. 헬륨은 개인이 설치한 무선 핫스팟으로 IoT 기기를 위한 분산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핫스팟(네트워크) 운영자는 HNT 토큰을 보상으로 받는다.
여러 프로젝트는 암호화폐 업계의 트렌드가 주기별로 변화할 때마다 이에 맞춰 피봇팅을 진행한다. 이번의 경우 디핀 프로젝트로 변모한 프로젝트들이 존재한다.
현장에서 만난 주요 업계 관계자들은 디핀 프로젝트가 과거 중국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남은 GPU를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한 프로젝트 담당자는 “당신이 최근 만나는 프로젝트가 디핀 프로젝트라고 하면 그건 중국인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일 겁니다. 기억하세요”라고 필자에게 귀띔했다. 실제로 여러 디핀 프로젝트 사이드 이벤트에 참여해 보니 프로젝트 운영진들 대다수가 동양인이었다.
# “토큰 런칭이 5분 남았어요!”… 하지만 리니아 파티에선 유명 DJ의 음악만
많은 사람이 쏠린 토큰2049 사이드 이벤트 중에서도 단연코 눈에 띄는 행사는 마리나 베이 샌즈 고층에서 진행되는 사이드 이벤트였다. 리니아(Linea)도 지난 18일 마리나 베이 샌즈 클럽 라운지와 스카이바를 빌려 클랩톤(CLAPTONE) 등 유명 DJ를 불러 행사를 진행했다.
리니아는 컨센시스(ConsenSys)가 개발한 레이어2로 지난해 7월 공식 출시됐다. 리니아가 자체 토큰을 출시할 거라는 소문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리니아 관계자와 리니아 파트너들은 떠들썩한 파티 분위기에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10시에 현장에서 토큰 출시에 대한 발표가 있을 예정이에요. 지금 모두가 슬랙(업무 협업 툴)을 보면서 긴장하고 있어요. 5분 남았네요”라고 초조하게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현장에선 DJ 파티만 진행됐고 결국 아무 발표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
리니아는 지난 22일 X에 “현재 향후 Linea 토큰 판매나 에어드랍 계획이 없다. 사기성 정보에 유의하라”라는 스레드를 게재했다.
# 넥스트 이더리움을 넘보는 레이어1들… 수이 vs 톤 vs 솔라나
이더리움 생태계는 현재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다. 이더리움 TVL은 9월 기준 약 200억 달러 수준으로, 과거 최고치인 1000억 달러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이를 틈 타 여러 레이어1이 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크게 눈에 띈 건 수이, 톤, 솔라나였다. 수이는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를 불러 DJ 파티를 진행했다. 스티브 아오키는 일본계 미국인 디제이겸 프로듀서로, NFT 블루칩을 수 천개 이상 가진 열성 NFT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수이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에서 공식 컨퍼런스 파트너로 참여해, 휴대용 게임기인 수이 플레이를 공개했다. 수이에 쏠린 사람들의 관심을 대규모 파티로 이끌어 관심을 유지하려는 모습이었다.
톤도 주요 빌더인 TONX와 함께 싱가포르 국립 미술관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암호화폐 글로벌 커뮤니티는 제공되는 술과 앉을 자리가 모자란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실제로 현장은 부스를 둘러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들어차 있었다.
솔라나는 연례행사인 ‘브레이크 포인트(Break Point)’를 올해 처음 싱가포르에서 개최했다. 솔라나는 과거 포르투갈 리스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열었다. 이번의 경우 토큰 2049 본 컨퍼런스가 끝난 20일부터 21일까지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 센터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토큰2049은 강세장과 약세장을 가리지 않고, 암호화폐 업계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 역시 업계 관계자들에게 필수적인 네트워킹의 장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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