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8월26일~9월25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6967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20거래일 중 단 이틀을 제외하고 순매도 행렬이 이어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마련된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지수 발표 당일인 24일과 25일에도 거친 매도세가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집중 매도했다. 한 달 동안 삼성전자를 8조원 넘게, SK하이닉스를 1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거세지며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종가 7만7700원에서 25일 6만2200원으로 19.9%, SK하이닉스는 18만5500원에서 16만5300원으로 10.9% 주가가 빠졌다. 코스피도 같은 기간 2701.69포인트에서 2596.32포인트로 내려앉았다.
글로벌IB들이 잇따라 한국증시에 대한 부정적 리포트를 내놓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나빠졌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투자은행인 HSBC는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수혜주 상승 랠리가 약세를 보이면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화된 데다 주주 이익 제고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HSBC는 한국 증시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아세안 국가들에 대해서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로 수혜를 보고 있다”며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 대한 투자 의견은 ‘비중 축소’에서 ‘중립’으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추석 연휴인 지난 15일 ‘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는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지난 6월 지난 6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7.6%,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 원으로 53.8% 하향 조정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코스피 부진의 이유로 미국과 중국 등 G2발 경기 불안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 커지며 반도체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에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코스피는 일본, 중국과 함께 글로벌 주요국 중 최하위권인 월간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 부진의 매크로적 원인은 G2 경기불안”이라며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 경기 침체 공포가 유입됐고, 중국은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코스피를 억누르는 주된 이유는 반도체 업황, 실적 불안과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사적 저점에 근접했으며, 오는 26일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실적 발표와 10월 초 삼성전자 실적 가이던스 공개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증권 조준기 연구원은 “국내 증시만 훈훈해진 글로벌 분위기에 강하게 동참하지 못하는 모습은 분명 아쉽다”며 “다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우나 반전 트리거만 만들어진다면 그동안 눌려왔던 탄력성이 크게 발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은 경기 침체 없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일 가능성이 높으며, 여기에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며 외국인 수급이 돌아오기 시작한다면 폭발적 상승도 기대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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