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저축은행업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손실이 3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으로도 부동산PF 관련 추가 대손충당금을 수천억원 이상 쌓으면서 내년까지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380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2014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업계에서는 지방 중소형사를 넘어 수도권 대형사까지 부진한 실적과 자산건전성 저하가 확대되고 있다. 올 상반기 자산 기준 상위 10대 저축은행 중 페퍼저축은행은 643억원, 상상인저축은행은 55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OSB저축은행과 다올저축은행도 각각 93억원, 3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공시된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7월말 기준 99조912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100조8861억원에서 1조원 가까이 빠지면서 1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저축은행 수신이 100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21년 11월 98조6843억원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저축은행 여신잔액은 7월말 기준 96조941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0월 95조5783억원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여신 규모는 지난해 1월 115조6003억원에서 1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당분간 이익을 내는 것보다 방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관련 최종 손실 규모는 2조6000억~3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권의 부동산PF 관련 충당금과 준비금 적립 규모는 상반기말 2조2000억원 수준이다. 앞으로 4000억~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충당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장의 사업성평가 기준을 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 등 4단계로 세분화했다. 이 중 유의와 부실우려 단계로 분류된 사업장은 구조조정으로 매각·상각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했다.
저축은행 전체 부동산PF 규모는 16조6000억원이다. 이 중 부실우려 3조2000억원, 유의 1조4000억원으로 27.7%(4조5000억원)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신평 커버리지 14개 저축은행 기준 본PF 보다 사업 초기의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 비중이 전체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의 50~60%에 달한다. 이는 20%대인 증권이나 30%대인 캐피탈 등에 비해 2~3배 높은 수치다. 14개사는 SBI·한국투자·애큐온·다올·하나·DB·OSB·대신·키움·예가람·우리금융·고려·한화·유안타저축은행이다.
이정현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관련 추가손실 인식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사업장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이 진행될수록 사업성이 열위한 사업장 매각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각 과정에서 매각손실이 발생하고 그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양호나 보통으로 평가된 PF 사업장의 부진한 분양률과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된 만기구조, 2회 이상 만기연장된 대출 비중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양호나 보통으로 평가됐던 대출 중 일부가 유의나 부실우려로 재평가되면서 대손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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