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우호 기자]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규모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시장 육성을 저해하는 규제들로 인해 역차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불필요한 과도한 규제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체이널리시스의 ‘2024 글로벌 가상자산 도입 지수-동아시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가상자산 유입 규모 기준 동아시아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에 약 1300억 달러(약 173조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유입됐다고 집계했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위상은 뛰어난 디지털 인프라 덕도 있지만, 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간 가격 차이가 벌어져 ‘차익거래(아비트러지)’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자산들은 일명 ‘김치프리미엄'(해외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 거래 가격이 높은 현상)이 붙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이를 이용해 해외 거래소에서 싸게 코인을 사와 한국 거래소에서 무더기로 판매를 해, 국내에 많은 가상자산이 유입되는 것이다.
# 엄격해져 가는 규제…”역차별로 해외에 점유율 뺏겨”
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정부의 엄격한 규제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로 인한 역차별 문제도 언급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은 사업 운영을 위해서 금융당국에 신고부터 해야 한다. 가상자산사업제는 신고제이긴 하나, 금융위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높은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뿐 아니라 자금세탁방지(AML), 불공정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거래업자의 경우에는 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계약을 맺어야 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는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법인을 두고 운영되기에 규제 문제에서 자유롭다. 이런 해외 거래소들은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으로 투자자를 유치하지만, 높은 투자 손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보호 장치나 조치가 미비하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는 신고 기준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지만, 미인가 해외 거래소는 관리가 전혀 없어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국내 사업자에게 추가 부담을 안겼다.
이 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는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상당한 비용이 드는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와 라이센스 유지에 연간 수억원이 소요돼 영세한 사업자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규제 부담으로 최근 기준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 36개 중 17개 업체가 국내 영업을 중단하거나 종료할 예정이다. 국내의 높은 규제에 이들을 포함한 많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국내 시장을 버리고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로 이전 또는 준비 중이다.
# 시장 육성 이용자 보호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투자자 보호 규제와 성장 분리해야”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한국이 가상자산 산업에서 선두를 차지할 좋은 환경을 갖춘 만큼 시기적절한 산업 육성 정책과 이용자 보호 규제가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가상자산사업자 CEO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거래 행위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거래소들이 이상 거래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업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와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공정 거래 같은 부당한 행위는 엄격히 단속하되, 관련 없는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 거래소와의 불공정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업계는 요청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선물 거래가 허용되고 있으므로, 국내에서도 관련 규제를 완화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허용된 만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파생상품 거래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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