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한국 정부가 주식 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벌 기업 중심의 증시 구조 탓에 자본시장 개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잭키 웡 저널리스트는 24일 ‘한국이 일본의 시장 개혁을 따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삼성, 현대 등 재벌의 힘이 주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웡은 최근 한국거래소(KRX)가 발표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언급하고, 한국이 지난 2월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수익성 및 주주 수익률 등을 고려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이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도록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일본 증시는 최근 수 년간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시장 중 하나다.
웡은 “일본의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는 버블 붕괴 이후 35년 만에 7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일본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이 증가하고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 주식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일본 지수는 2022년 말 이후 40%, 대만 지수는 57% 급등했다. 반면 한국 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16% 상승에 불과했다.
다만 웡은 한국 증시가 어느 정도 진전은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제외한 자사주 소각은 지난해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경제와 주식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을 잠재적 문제점으로 봤다. 삼성 그룹은 코스피 지수의 20% 이상을 차지하는데 기업의 가족 이익은 소수 주주의 이익보다 크다.
그는 “재벌의 강력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일본처럼 변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한국 주식시장은 삼성, 현대 자동차 등 세계에서 유명한 브랜드가 있음에도 뒤처져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벌들은 상호출자 등 복잡한 기업 구조를 이용해 지배력을 유지해왔다”며 “이들은 한국 내에서 강력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어 일본과는 달리 이런 구조를 해체하도록 쉽게 압력받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웡은 한국의 상속세율이 높기 때문에 재벌가가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일부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대기업들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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