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지수 편입 네번째 도전…’공매도 금지’ 주가지수 관찰대상국 가능성
FTSE러셀 발표 이례적 순연…韓휴장일 시장분류 공개
(세종·서울=연합뉴스) 이준서 임수정 이동환 기자 = 세계적인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10월 8일(현지시간) 오후 정례 시장분류를 발표한다.
한국시간으로 공휴일(10월9일·한글날) 새벽 5시께다. FTSE 러셀은 매년 3월과 9월 반기리뷰를 통해 주식과 채권 국가별 분류 결과를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순연되면서 한국의 휴장일에 맞춰진 모양새다.
29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주력하는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 여부뿐만 아니라, 주가지수와 관련해서도 한국에 대해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단골 아이템’이었던 국채지수와 더불어 이번에는 주가지수 평가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채권과 주식을 아울러 한국 자본시장에 주요 변수가 나오는 셈이다.
정부가 2008년부터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신흥국지수에 머물고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달리, FTSE는 지금껏 한국증시를 선진지수로 분류해왔다.
일반적으로 미국계 펀드는 MSCI 지수를, 유럽계 펀드는 FTSE 지수를 추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SCI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평가가 많지만, FTSE도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로서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 2년 공들인 국채지수 편입 ‘네 번째 도전’
우선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 편입 여부가 판가름 난다.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편입이 결정되면 6~12개월 시차를 두고 실제 편입(actual inclusion)이 이뤄진다. 단계적으로 최소 500억달러(약 70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중금리와 환율 안정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2022년 9월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에 오른 지 2년가량 지난 데다, 국채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을 사실상 완비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편입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다.
지수 편입을 위한 필요 조치들은 갖췄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편입 결정은 전적으로 FTSE 러셀의 ‘주관적 평가’에 달렸다는 점에서 예측 자체가 어렵다.
투자자들의 체감도 조사(서베이)가 변수다. 투자자들이 개선된 시장 접근성을 체감하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면 이번에도 편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계 투자은행(IB) 전망도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편입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HSBC는 “한국의 시장접근성 등급이 레벨 1에서 레벨 2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편입에 무게를 실었다.
◇ ‘주식 밸류업’ 갈길 바쁜데…관찰대상국 지정되나 ‘촉각’
이번에는 주가지수 분류에서도 한국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할지가 관건이다.
관찰대상국 지정은 일정 시차를 두고 지수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지수 편입에서도 일정 기간 관찰대상국을 거치는 것과 같은 구조다.
FTSE가 문제 삼는 부분은 ‘공매도 금지’다.
최근 정부가 내년 3월 말 공매도 재개 방침을 거듭 부각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내용의 공매도 개선 입법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3월 말 시행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설사 관찰대상국이 되더라도 FTSE 지수에서 빠지는 일은 결국 없을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는 자본시장법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3월 말 공매도가 재개되면 다시 원상 복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내년 3월 말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기에 일시적으로 관찰대상국이 되더라도 다시 (관찰대상국에서도)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국증시의 신인도에는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지수에서 바로 퇴출당하는 게 아니라면 당장 자금 유출 액션이 취해지지는 않겠지만 관찰대상국 지정만으로도 심리적 불안감은 있을 것”이라며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한 번의 관찰대상국 지정만으로 외국계 자금 수급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도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곧바로 수급 파급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MSCI 선진지수 편입과 밸류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속된 말로 체면을 구긴 것”이라고 말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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