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2024년 상반기까지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망이 미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렸지만, 3분기 들어 그 열기가 사그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의 관심이 기술주에서 벗어나 △유틸리티 △산업 △금융 등 다양한 업종으로 번지면서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AI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대형 기술 기업들의 미래 수익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와 함께 경제가 안정세를 보이자 기술주 외 다른 업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 시장 관심, 기술주에서 주변으로 확산
30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동안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이 주가 하락을 겪었다. 특히 알파벳과 아마존은 AI 서비스 수요를 맞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이로 인해 알파벳과 아마존의 주가는 각각 10%, 2.7% 하락했다.
반면, 유틸리티와 부동산 업종은 금리 하락에 따른 혜택을 받으며 각각 18%, 15% 상승했다. 이러한 업종의 주가는 배당 수익률이 높아 채권 대용 투자처로 인식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산업 ,금융, 에너지 업종 역시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으며 중소형 주식도 대형주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는 등 시장의 다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미디어는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FL푸트남 투자관리(F.L. Putnam Investment Management)의 수석 전략가인 엘런 헤이즌(Ellen Hazen)은 “연준이 ‘연착륙(soft landing)’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며 “매그니피센트 세븐 외의 다른 업종으로 매수가 확산되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경기 침체 우려 속 긍정적인 전망
미국 국채 시장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경기 침체의 전조로 알려진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9월 들어 해소됐다. 그동안 단기 채권 금리가 장기 채권 금리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 침체의 신호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9월 들어 이 금리 역전이 해소되면서, 장기 채권 금리가 다시 단기 채권 금리보다 높아졌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번 금리 역전 해소가 경기 침체의 전조가 아니라 경제 안정의 신호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제 지표들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5개월 연속 완화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고용 시장도 예상보다 강한 반등을 보였다.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고 있으며, 가계 지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미국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석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9월 글로벌 펀드 매니저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향후 18개월 동안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 여전히 남아있는 경제적 불확실성
하지만 모든 전문가들이 경제가 순탄할 것이라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경기 둔화의 가능성을 여전히 경고하고 있다.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경제적 압박을 겪고 있으며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 같은 저가 소매업체는 고객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소비 감소를 이유로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윌셔(Wilshire)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조쉬 에마누엘(Josh Emanuel)은 “연준이 9월에 일반적인 0.25%p 인하가 아닌 0.5%p 인하를 결정한 것은 ‘경제적 악화’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라며 “주식 시장이 아직 성장 둔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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