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격소재로 활용…사태 통제 불능시 해리스에 타격 가능성
‘숙적 이란 對 맹방 이스라엘’로 구도 선명화, 해리스 부담 던 측면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1일(현지시간) 대규모 탄도 미사일 공격과, 향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전망으로 중동 사태가 격화하는 가운데, 확전으로 향하는 중동 상황이 35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통상 미국 대선에서 외부 현안이 미치는 영향은 경제 등 국내 이슈에 비해 미미하다는 분석이 많지만 이번처럼 역대급 초박빙 대결에서는 표심의 작은 동요도 의미있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기에 양 진영은 사태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동 상황의 악화 자체는 현 바이든 행정부의 2인자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 없는 일이다.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 부재에 대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에 힘을 더 실어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부터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없었을 일”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이란의 공격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완전히 예방할 수 있었다”며 예상대로 해리스 부통령이 속한 바이든 행정부에 비난의 날을 세웠다.
만약 이번 사태가 더 악화함으로써 국제 유가 등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최근 금리 인하 등과 함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경우 해리스 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동시에 ‘확전 반대’를 계속 언급하는 것도 중동 상황이 통제불능으로 치닫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중재도 대선 전에 성과를 기대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는 점 역시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아픈’ 대목이다.
그러나 반대로 미국의 ‘숙적’인 이란과, 미국의 맹방 이스라엘간 대결로 중동의 대치 국면이 명확해진 것은 오히려 해리스 부통령 쪽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이스라엘이 작년 10월 하마스의 공격을 먼저 받았음에도 반격 과정에서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 수가 수만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지 및 지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해리스 부통령에게도 작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중동사태의 무게 중심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이란의 충돌로 옮겨 간 상황에서는 미국의 대이스라엘 지원 기조는 유권자들의 보다 폭넓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격 약 3시간 전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 조짐을 공개하고, 공격이 실제 이뤄지자 이스라엘의 요격을 지원하고, 이란을 강하게 규탄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은 거침이 없고 기민했는데, 그것은 이란의 무력개입으로 중동 사태의 성격 규정이 보다 명확해진 측면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앞으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대해 확전 방지를 위한 물밑 노력은 지속하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는 확연히 다른 선명함으로 이스라엘을 지지 및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다수 희생시켜가며 하마스에 맞선 이스라엘을 지원할때 바이든 행정부가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 했다면 이란에 맞선 이스라엘을 지원할 때는 ‘선명함’이 오히려 ‘득책’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인 해리스 부통령 역시 이날 선명한 대이란 규탄과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대선때까지 친(親)이스라엘-반(反)이란 기조를 선명하게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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