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일본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애정을 쏟아온 해외 자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고 있다. 일본과 다른 국가들 간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을 선호하기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을 의미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의 초저금리 환경에서 자금을 빌려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제공하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 일본 내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런 전략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되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24년 이후 8개월 동안 일본 투자자들은 총 28조엔 (약 1920억 달러)의 자국 국채를 순매수했다. 이는 14년 만에 최대 규모다. 반면, 해외 채권 매수는 절반 가까이 줄어 7조 7000억 엔에 그쳤으며 해외 주식 구매도 1조엔을 넘지 않았다. 이는 일본 투자자들이 점차 자국 내 자산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이러한 자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일본은행이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3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주요 보험사들과 자산 운용사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일본의 다이이치 생명보험은 수익률이 2%를 넘는 국채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일본 우정보험도 엔화 자산에 대한 투자가 점점 더 쉬워졌다고 언급하며, 자국 내 채권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 일본 자산 회수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 금융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은 미국 국채의 10%를 보유한 최대 외국인 보유자이며, 호주 채권 역시 주요 보유 대상이다. 또한 전 세계 주요 주식 시장에서도 일본 투자자들은 1%에서 2%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위험 자산인 암호화폐와 유럽의 고위험 부채에도 투자하고 있다.
실제 일본의 농림중앙금고는 60조 엔 규모의 포트폴리오 중 10조 엔의 해외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시장 불안을 키웠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 서부 지역의 사인 고도 은행도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자국 국채로 자산을 재편성하기로 했다.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이미 시작됐다”…과소 평가 하면 안돼
일본의 자산 회수는 갑작스럽게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일본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헤지펀드와 투기 자본이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을 급격히 해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로 인해 일본 니케이 225 지수는 1987년 이후 최대 폭락을 기록했고, 월가의 주식 변동성 지수는 급등했다. 엔화는 강세를 보였고, 심지어 안전 자산으로 평가 받는 금 가격조차 하락하는 등 시장의 혼란이 일어났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 계획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며, 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추가 인상을 보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들이 일본의 자산 회수 속도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일본 투자자들의 자국 자산으로의 자금 회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미즈호 증권(Mizuho Securities Co.)의 수석 전략가인 오모리 쇼키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성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며 “이 흐름은 이미 시작됐고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