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의향’ 아랍계 미국인 46% “트럼프 지지”…해리스는 42%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 속에 가자지구, 레바논 등으로 친이란 무장정파를 겨냥한 공격을 확대하고 이란도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는 등 중동에서 확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아랍계 미국인들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지지하는 등 민주당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의 민심 이반이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아랍계 미국인들의 지지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초박빙 양상으로 진행되는 대선 대결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500명의 아랍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지난달 9~20일 실시해 2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자 가상 대결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2%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41%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각각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적극적 투표 의사를 밝힌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6%의 지지를 받아 해리스 부통령(42%)보다 우위에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79%만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반면 공화당은 89%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해 당내 지지도 면에서 두 후보가 차이를 보였다.
앞서 AAI가 2020년 대선 때 실시한 조사에서는 당시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59%, 트럼프 전 대통령이 35%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테러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 이뤄진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7%의 지지만 받았다.
당시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누구를 뽑겠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은 응답자는 40%였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1%는 가자지구 전쟁이 투표 결정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방해받지 않는 인도적 지원을 허용할 경우 투표 의향 변화를 묻는 말에는 전체의 54%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지원과 무기 수출을 중단할 경우에도 전체의 56%가 해리스 부통령에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체의 5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거나 외교적·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AAI는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30년간의 여론조사에서 가자지구 전쟁만큼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준 것은 본 적이 없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를 막는 데 실패했으며 이에 대한 분노와 절망의 수혜자는 트럼프”라고 평가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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