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확보하고 절차도 간편…”관련 입법·실험 속도 내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저탄소·친환경 부문의 자금 조달을 위한 ‘녹색금융’ 시장을 키우려면 토큰형 녹색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3일 발표한 ‘토큰증권(Security Token Offering)을 통한 녹색채권 발행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녹색채권의 복잡한 발행과 보고 절차, 환경정보의 투명성 제한 등이 시장 활성을 제약하고 있다”며 “토큰증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기술적 이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으로, 목적의 특성상 채권 발행 전후 ▲ 환경 목표 ▲ 친환경 프로젝트의 적합성 ▲ 조달자금 배분 ▲ 환경영향 평가 등과 관련한 복잡한 보고와 외부 평가가 요구된다.
토큰증권은 금융상품이나 자산 등을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플랫폼에 기록될 수 있도록 디지털 증표(증권)로 변환한 것으로,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발행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채권이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되면,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거래 기록이 영구 저장되는 데다 조작도 불가능해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확보된다. 플랫폼을 통한 거래로 투자자의 접근성도 개선될 수 있다. 시간·장소 제약 없이 거래가 가능하고 디지털 신원 인증이 이뤄지는 만큼 개인·외국인 등의 채권 투자 참여가 쉬워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아울러 ‘스마트 계약’ 기능을 활용하면 발행·거래 절차를 간편하게 줄이고 결제의 효율성도 키울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에서 사전에 정의된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입수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등 정량적 환경지표가 확인되는 순간 그에 따라 투자자에게 이자를 차등 지급하도록 토큰증권 방식의 녹색채권에 미리 프로그래밍해둘 수 있다.
이미 홍콩 정부는 홍콩통화청과 협업해 작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68억 홍콩달러 상당의 녹색채권을, 일본거래소 그룹(JPX)와 히타치사(社)도 각 2022년과 2023년 녹색채권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했다. 유럽투자은행(EIB) 역시 지난해 10억 크로나 규모의 토큰형 녹색채권을 내놨다.
배정민 한은 지속가능성장기획팀 과장은 “우리나라도 녹색채권 시장 활성 방안으로서 토큰증권 활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공공부문이나 금융기관의 적극적 협업을 통해 토큰형 녹색채권 시범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다만 아직 토큰증권 관련 입법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관련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고 동시에 관련 기술 실험도 충분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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