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암호화폐 산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 회사 패러다임(Paradigm)의 정부 관계 부문 부사장 알렉산더 그리브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암호화폐 규제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4일(현지시간)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그리브는 SEC가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암호화폐 산업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SEC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웰스 노티스(Wells Notice)를 발부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웰스 노티스는 SEC가 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음을 알리는 공식 문서다.
그리브는 “현 위원장과 집행국장이 있는 한, 암호화폐에서 가치 있는 무언가를 구축했다면 소환장, 웰스 노티스, 집행 조치 또는 소송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인베이스(Coinbase)는 2021년 9월 웰스 노티스를 받았으며, SEC는 크라켄(Kraken)과 바이낸스(Binance)와 같은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크라켄은 스테이킹 서비스 문제로 인해 미국 외 지역으로 서비스를 이전하고, SEC와의 합의금으로 3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또한 바이낸스는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거래소임에도 불구하고 SEC의 규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리브는 이처럼 크라켄, 코인베이스, 바이낸스에 대한 소송이 각각 다른 관할지에서 진행된 점을 지적하며, SEC가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관할지를 선택하는 전략을 뜻한다.
패러다임은 과거에도 SEC를 비판한 적이 있다. 브렌든 말론 정책 매니저는 SEC가 2021년 이후로 암호화폐 관련 171건의 집행 조치를 취했으며,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취임 이후 규제 강도가 더욱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SEC 내부에서도 이러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SEC 위원 헤스터 피어스는 최근 의회와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SEC의 암호화폐 규제 방식에 결함이 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