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이지영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오는 12월 사업자 갱신 신고를 앞두고 또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신고 수리의 키로 알려진 메가존 인수가 고파이 채권단 반발에 막히면서다. 고팍스 측은 다른 대안이 없다며 메가존 인수에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4일 총 두 번의 고파이 투자자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첫 번째 간담회는 조영중 고팍스 대표 단독으로, 두 번째 간담회는 조 대표와 스티브 영 김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이사 등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간담회는 투자자가 온라인 실시간 채팅으로 남긴 질문을 이들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2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 주요 내용은 고파이 잔여 미지급금 상환 기준이다. 고팍스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상환 기준으로 ‘비트코인 1개당 시세 2800만원’을 제시했다.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을 2800만원으로 고정해 잔여 미지급금을 현금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가격은 고파이 사태 원인인 제네시스 캐피탈(제네시스) 파산이 발생했던 지난해 1월 20일 당시 기준이다. 현재 시세(8270만원) 대비로는 3분의 1토막 난 가격이다.
고파이는 고팍스가 중개하고 미국 협력사인 제네시스가 운용하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다. 제네시스가 지난해 2022년 11월 FTX 파산 여파로 문을 닫으면서 고파이 서비스 역시 현재까지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한 고파이 투자자는 3200여명으로 추산된다.
투자자 반발은 거센 상태다. 70% 가까운 감액률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원리금을 받지 못한 2년 동안 가상자산이 3배가량 올랐음에도 시세 차익을 보지 못한 만큼 추가 손해를 감내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한 고파이 투자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현금 상환이 아닌 보유했던 가상자산의 개수 회복”이라며 “전액을 변제받지 못한다면 결국 투자자들이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팍스도 다른 대안이 없다. 이번 상환 기준은 메가존이 인수 구조를 짜는 과정에서 협의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이번 기준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수가 불발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수가 불발될 경우 고팍스가 갱신 신고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조영중 고팍스 대표는 지난 4일 간담회에서 “현재 회사를 지킬 유일한 방법은 메가존 인수뿐”이라며 “인수가 결국 불발된다면 대주주 바이낸스가 노력하더라도 12월 갱신 신고를 긍정적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부채가 1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해 줄 곳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없다”며 메가존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이 양해해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스티브 영 김 바이낸스 이사 역시 같은 날 간담회에서 “바이낸스가 현재 대주주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메가존 인수가 결국 불발된다면) 애초에 고팍스를 인수하려 했던 딜 자체가 무산되는 법적 해석이 가능하다”며 “현재 지분을 기존 경영진에게 넘겨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가존은 바이낸스가 보유 중인 고팍스 지분 67.45% 중 58% 이상을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이 고팍스 측에 ‘외국계 주주 지분율 10% 미만’을 요구하면서다. 여기서 외국계 주주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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