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서미희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증시 입성을 위한 상장 절차에 착수한다. 케이뱅크는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받고 있어 흥행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케이뱅크의 희망 공모가는 9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설정됐다. 공모 금액은 7790억원에서 984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신주모집 4100만주, 기존 주주 지분을 내다 파는 구주매출이 4100만주다. 시가총액은 3조9586억원에서 최대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의 상장이다.
#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 올린 케이뱅크…IPO 청신호 될까
케이뱅크는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고, 2017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최대 주주는 BC카드로 33.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케이뱅크의 총자산은 21조4218억원이며, 자기자본은 1조8669억원으로 추정된다. 2021년 225억원, 2022년 836억원, 지난해에는 12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8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케이뱅크의 올해 상반기 고객 수는 1147만명에 달한다. 이 중 194만명이 새로 가입했다. 상반기 말 수신 잔액은 21조8500억원, 여신 잔액은 15조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8%와 23.7% 증가하는 등 외형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수신 성장 덕분에 케이뱅크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6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32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IPO에 성공할 경우, 케이뱅크의 자본 여력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영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케이뱅크가 이번 IPO를 통해 대출 잔액 여력이 약 9조5000억원에서 13조7000억원 순증될 것”이라며 “향후 2~3년간 경쟁사에 비해 높은 여신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케이뱅크는 SME(중소상공인) 시장에서 비대면 담보대출 상품을 최초로 출시함으로써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450억원을 SME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SME 대출 심사 모델의 고도화뿐 아니라 SME 고객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관련 인력 충원에도 쓰일 방침이다.
케이뱅크가 향후 자본력을 강화함에 따라 SME 대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인터넷은행의 기업 여신 규모 순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3사 중 기업여신 규모가 가장 작은 상황이다.
# 주담대’ 성장세 둔화는 리스크 요인…중소기업 대상 상품·투자서비스 개발이 관건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케이뱅크의 주요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2023년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2조293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1.4% 크게 증가했다. 전체 여신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9.2%에 달했다. 2분기에는 주담대 증가 규모가 9000억원을 넘어섰고, 1분기 말 아파트담보대출 잔액 또한 1조원 가량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주담대 억제 정책은 케이뱅크의 이자이익 감소 등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의 구입자금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케이뱅크의 수익성에 즉각적으로 반영됐다. 1분기 순이자손익은 1356억7100만원에 달했지만, 2분기에는 1285억7400만원으로 줄었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강화된 7~8월에는 736억2200만원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추가 규제를 예고해 앞으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같은 리스크 요인 등으로 일각에서 케이뱅크의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낮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반영할 경우 기업가치가 2조원대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희망 시가총액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9~2.13배로 카카오뱅크(1.62배)보다 높다.
케이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은행들이 투자 서비스 확장에 나서는 이유도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있다. 올 초 인터넷은행들은 ‘대출 갈아타기’ 시장에서 낮은 금리를 내세우며 시중은행의 주담대를 빠르게 흡수했다. 그 결과, 지난 1분기 동안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직전 분기 대비 7.77%(4조7611억원) 증가했다.
지난 6월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 감독국장은 “(인뱅이) 자산 성장을 위해 대환대출로 다른 은행 고객을 뺏어오고 있다”며 “다른 은행이 심사해 이자 잘 내고 있는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뺏어오는 영업은 혁신, 포용과 거리가 멀다. 주담대에 편중된 영업 행태를 고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은 4.36%로, 전분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 분기 만에 증가액이 약 1조88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이자이익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케이뱅크는 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 수립 및 투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블록미디어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자 대출을 늘리는 동시에 증권사 등과 협업하며 투자 관련 섹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현재 아파트만 가능한 담보물건을 향후 오피스텔과 상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과 협업해 이차보전 보증서 대출까지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고 있는 케이뱅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실시한다. 이후 18일에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21일부터 22일 사이에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케이뱅크의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그리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로 구성됐다. 인수단에는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참여한다. 케이뱅크는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소상공인(SME) 대출 확대 △기술(Tech) 리더십 강화 △혁신투자 플랫폼 등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2022년 9월에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당시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상장을 포기했고, 이후 올해 2월 다시 IPO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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