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서미희 기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해야 하는 예치금 이자비용이 월 기준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케이뱅크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13일 케이뱅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8월에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지급한 예치금 이자비용은 73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36억원) 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지난 7월19일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예치금 이자율이 기존 0.1%에서 2.1%로 크게 상승한 결과다. 이로 인해 예치금 이자비용율은 1.14%에서 2.29%로 증가했다.
예치금 이자는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예탁금 이용료와 유사한 개념이다.
업비트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는 업비트에 고객 실명확인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을 운용하고 있다. 예치금 잔액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4조9033억원이다. 이는 케이뱅크 전체 수신 잔액(21조8530억원)의 5분의 1 가량인 22.4%에 달한다.
8월 말 기준 예치금 잔액은 3조7915억원으로 줄어들었음에도, 이자비용율의 상승으로 인해 현재 수준이 유지될 경우 1년간 867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고 케이뱅크는 추정했다.
지난해 예치금 이자비용은 총 95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올해는 이자비용의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 상반기 케이뱅크는 8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이러한 예치금 이자비용의 상승은 당행의 업비트 예치금 운용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당행의 2024년 상반기 업비트 예치금 운용손익과 2024년 하반기 업비트 예치금 운용손익에 중대한 차이를 야기할 수 있음을 투자자께서는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명시했다.
# 업비트비용, 영업손실까진 아니라지만… 인뱅 3사 중 유동성안전도는 ‘꼴찌’
다만 케이뱅크는 예치금 운용 수익이 이자비용을 웃돌고 있어, 이자비용 상승이 영업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치금을 국공채, 환매조건부채권(RP),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MMF)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한 상반기 평균 운용수익률은 3.52%다. 8월까지의 운용수익률 또한 2.92%로 이자비용률(2.29%)보다 높아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 관련 운용수익은 94억원, 이자비용은 73억원이다.
아울러 8월 기준 케이뱅크의 이자부자산 평균잔액은 약 21조7000억원, 대손비용률을 고려한 실질 순이자마진(NIM)은 약 0.71% 수준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이자부자산 평균잔액과 실질 순이자마진이 1년간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연간 1566억원의 순이자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치금 이자비용으로 인한 당행의 운용손실 또는 적자 전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낮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우려 요소로 지적된다. LCR은 금융기관이 30일 동안의 위기 상황에서도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지표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LCR은 카카오뱅크 708.50%, 토스뱅크 676.75%, 케이뱅크 184.67%다. 두 경쟁사 대비 케이뱅크의 LCR이 현저히 낮다는 점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플랫폼 활성화 수준 또한 인터넷은행 3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케이뱅크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00만명이다.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1500만명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케이뱅크는 이와 관련해 “은행업 특성에 따른 유동성 관련 리스크와 VASP 제휴에 따른 변동성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의 최근 3년간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150% 수준, 2024년 반기 기준으로는 178.68% 수준으로 단기간 내 고객의 예금 인출 등에 따른 당행의 유동성 관련 위험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케이뱅크가 증권신고서를 통해 “타 금융기관과의 경쟁, 가상자산 시작의 급격한 변동,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및 당행이 예측하지 못한 거시경제 요인에 의하여 다수의 고객이 당행의 예금을 단기간 내 인출하거나 예금상품을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당행의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있다”고 명시한 만큼 위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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