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내 게임 산업의 거두들인 위메이드, 컴투스, 넥슨, 넷마블 등이 기존 확률형 아이템 모델의 한계를 타파하고자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시키는 야심찬 시도를 감행했지만, 국내의 엄격한 법적 규제에 가로막혀 자국 시장을 등지고 해외에서만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전개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국내 이용자들은 블록체인 게임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없음에도 해당 게임사가 발행한 토큰은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게임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국내 이용자들은 게임 토큰의 실제 가치와 유용성을 충분히 평가하고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는 13개의 게임 관련 토큰이 상장돼 있으며 빗썸은 31개로 국내 거래소 중 가장 많은 게임 토큰을 상장했다. 특히 한국의 주요 게임사들이 출시한 위믹스(WEMIX), 마브렉스(MBX), 엑스플라(XPLA) 등의 토큰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 중이다. 이처럼 게임 토큰이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가 됨에도 이용자들은 해당 게임사가 출시한 블록체인 게임을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블록체인 게임이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못하는 이유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대체불가능토큰(NFT) 기반 게임 아이템을 사행성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경품 제공 등을 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플레이투언(Play-to-Earn·P2E) 모델은 게임산업법이 제정된 배경인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진다. 이용자가 게임에 참여해 보상으로 가상자산이나 NFT를 지급받고, 이를 가상자산 거래소나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브스타즈의 개발사인 스카이피플은 지난해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등급 분류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스카이피플이 제공한 NFT 아이템을 게임산업법에서 금지하는 경품으로 판단했다. 해당 판결로 인해 국내에서 P2E 기반의 게임은 전면 금지됐다.
결국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메이드는 지난 3월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나이트 크로우를 전 세계 170개국을 대상으로 출시했다. 이 게임은 위믹스와 연계된 블록체인 기능을 포함했으나, 한국에서는 해당 기능이 제외된 상태로 출시됐다.
# “P2E가 블록체인 게임의 전부는 아냐”
하지만 블록체인 게임을 단순히 P2E 모델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 소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단순히 경제적 보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 내 자산을 진정으로 소유하고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장은 “게임 내 자산이 게임사 서버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완전히 소유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게임은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론 맥도날드(Aaron McDonald) 퓨처버스 최고경영자(CEO)도 코인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세상에서 데이터, 신원, 화폐, 게임 아이템과 같은 온라인 자산의 소유권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블록체인 게임에서 소유권은 기존 게임과 차별화되는 주요 요소”라고 밝혔다.
아시아 웹3 전문 리서치 및 컨설팅사 타이거리서치가 지난해 발간한 ‘한국 웹3 게임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이용자 약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0% 이상이 P2E 모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은 P2E 모델이 경제적 이익에만 집중하며, 게임의 본래적인 재미와 가치를 훼손한다고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해당 조사에서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었다. 타이거리서치는 보고서에서 “P2E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이머들은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투명성, 확장성, 자산 소유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소유의 관점에서 보면 P2E는 블록체인 게임에 포함된 기능 중 하나”라며 “핵심은 아이템이나 화폐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보다는, 기존 게임과 달리 블록체인 게임은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통합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시로 메이플스토리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메이플 아이템 거래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승화 리서치팀장도 “현재까지 성공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P2E 모델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블록체인 게임 모델이든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게임 회사들은 기존 게임과 다른 재미나 효용을 인식시키는 노력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모델의 형식보다는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이는 게임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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