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이지영 기자] 전체 비트코인 발행량 1%를 보유한 미국이 압류한 비트코인 6조원어치를 매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관심이 쏠린다. 해당 물량이 실제로 시장에 풀리면 패닉셀(Panic Sell·공포에 따른 매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다크웹 ‘실크로드’에서 압수한 비트코인 6만9370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베틀 본 인베스트먼트의 소송을 기각했다. 회사가 압수된 비트코인에 대해 유효한 청구권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미국 정부는 총 44억달러(5조9136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자유롭게 매각할 수 있게 됐다. 또 최근 몇 달간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매각이 실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7월과 8월에 거쳐 실크로드에서 압수한 비트코인 26억달러(3조4944억원)를 새로운 가상자산 지갑으로 전송한 바 있다. 통상 가상자산을 지갑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매각을 위한 과정으로 해석한다.
미국 금융 전문 변호사 스캇 존슨은 지난 8월 X를 통해 “미국 연방 보안국(USMS)은 지난 6월 코인베이스와 체결한 계약 조건에 따라 실크로드와 연관된 비트코인을 관리 주소로 이체하고 있다”며 “이체가 이뤄질 때마다 USMS가 해당 물량을 이미 매각했거나, 매각이 임박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에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국가가 비트코인을 단기간 대량 매도하는 이벤트는 공포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독일 정부가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압류한 비트코인 4조원어치를 지난 7월 시장에 풀었을 당시 패닉셀이 발생한 바 있다. 올해 초 1억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해당 패닉셀로 8000만원을 반납했다. 또 시장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 지수는 독일 매각 소식 이후 ‘극단적 공포’ 단계인 25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였다.
특히 가상자산 큰 손으로 불리는 미국이 보유 물량을 푼다면 투자자들은 더욱 공포에 빠질 수 있다. 또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미국의 결정은 세계 각국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수는 약 21만개로 추정된다.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2100만개)의 1%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80%에 해당하는 17만4000개는 지난 2013년 실크로드에서 압수했다. 나머지는 지난 2016년 비트파이넥스 해킹 사건을 통해 회수한 물량이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크립토슬레이트는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대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실은 정부의 직접 판매·경매 등을 통한 매도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당선에 따라 미국 정부의 매각 시나리오는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가상자산 공약으로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유한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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