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기자]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예고한 다큐멘터리 ‘머니 일렉트릭(Money Electric)’이 결국 실망만을 남겼다고 비트코인 매거진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비트코인매거진 편집장이자 비트코인 역사학자인 피터 리조(Pete Rizzo)가 글을 작성했다. 이 작품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 세계를 돌며 비트코인 전도사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결론은 빈약한 음모론과 부실한 근거에 기대어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머니 일렉트릭은 다큐멘터리 감독 컬린 호백(Cullen Hoback)이 비트코인 세계를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역사를 되짚고 ‘사토시 나카모토’를 찾는 데 집중한다. 영화는 출시 전부터 “사토시의 정체를 밝힌다”는 약속으로 주목을 끌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이르러서는 깊이 있는 분석 대신 흔히 알려진 음모론을 반복하며 마무리된다.
음모론에 의존한 결말
영화는 피터 토드(Peter Todd)와 아담 백(Adam Back)을 사토시 나카모토로 지목하는 이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들이 과거 암호학 관련 메일링 리스트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나 비트코인 포럼에서의 활동을 근거로, 그들이 사토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이론일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제시하는 새로운 증거들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특히 피터 토드와 아담 백이 비트코인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활동이 사토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다큐멘터리는 그들의 과거 인터넷 활동이나 발언을 끌어와 음모론을 부추기지만, 충분한 후속 조사를 통해 이를 검증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다.
얕은 결론과 잘못된 방향성
다큐멘터리의 큰 문제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많은 시청자들은 사토시의 정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나 새로운 통찰을 기대했지만, 영화는 단지 음모론을 재탕하며 이를 확인하려는 노력조차 부족했다.
특히, 다큐멘터리는 피터 토드가 과거 비트코인 포럼에서 남긴 글이나 아담 백이 메일링 리스트에서 나눈 대화들을 증거로 제시하지만, 이런 자료들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다. 그것만으로 그들이 사토시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피터 토드가 한때 비트코인을 삭제할 수 있다는 농담을 했던 것도 그저 맥락을 벗어난 발언일 뿐이다. 이를 사토시의 키를 삭제했다는 주장으로 연결짓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다큐멘터리가 철저한 조사를 거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무책임한 음모론, 위험성 초래
이 다큐멘터리가 가장 위험한 부분은 사토시 나카모토로 특정 인물들을 지목하면서도, 그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생략한 채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사토시의 정체는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해온 주제이지만, 이를 밝히기 위한 과정에서는 반드시 신중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머니 일렉트릭은 이런 부분을 간과한 채, 편집을 통해 마치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 것처럼 포장했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에 대해 새로운 것을 제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와 억측을 통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영화는 피터 토드와 아담 백이 사토시일 아닐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그들이 사토시일 수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남긴다.
머니 일렉트릭은 비트코인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를 이끌어낼 기회를 놓쳐버렸다. 다큐멘터리가 제시하는 음모론은 신선하지 않고, 그 결론은 얕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와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실망스러운 시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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