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자금 감시의무 소홀로 9천억원대 범죄단체 자금세탁 방조
加에 모회사 둔 美 10위 은행…美법무 “자금세탁 유죄인정 은행 중 최대 규모”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캐나다에 본사를 둔 대형 은행인 TD뱅크의 미국 법인이 마약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와 관련해 총 35억 달러대(약 4조8천억원) 규모의 벌금이 부과됐다.
10일(현지시간) 미 법무부 발표 등을 종합하면 TD뱅크 미 법인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은행비밀법 위반)와 관련해 유죄를 인정하고 법무부에 18억 달러(약 2조4천억원), 미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13억 달러(약 1조7천억원), 통화감독청(OCC)에 4억5천만 달러(약 6천억원)의 벌금을 각각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TD뱅크 미국 법인은 작년 10월까지 6년간 18조3천억 달러(약 2경5천조원) 규모에 달하는 고객 거래자금에 감시를 소홀히 하고, 이에 따라 이 은행 계좌를 통해 범죄조직이 6억7천만 달러(약 9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세탁하도록 허용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미 수사당국은 중국 마약 범죄조직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마약판매 자금을 TD뱅크의 뉴욕·뉴저지 지점을 통해 세탁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 범죄조직이 은행 직원에게 뒷돈을 준 정황도 파악했다.
TD뱅크 미국법인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 수행과 관련해 위법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기로 하고 최근까지 미 사법당국 및 규제당국과 형사 합의 협상을 벌여왔다.
형사 합의 조건에는 TD뱅크 산하 북미 법인 2곳의 자산 규모가 4천340억 달러(약 587조원)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은 “TD뱅크는 범죄자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이 범죄자가 됐다”며 “TD뱅크는 자금세탁 혐의 관련해 유죄를 인정한 미 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은행”이라고 말했다.
갈런드 장관은 관련 혐의와 관련해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며 은행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개인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TD뱅크그룹은 캐나다 토론토에 본거지를 둔 대형 금융그룹이다.
TD뱅크 미국법인은 최근 10여년 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 내 영업망을 크게 늘리며 미국 내 10위 은행으로 성장해왔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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