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38개월 만에 긴축을 마무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이 빅컷(0.5%포인트 인하)에 나서고 물가가 1%대로 내려오면서 한은이 금리를 낮춰 내수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과 집값과 가계부채 경계에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는 0.25%포인트 인하 의견이 더 우세하게 나왔다. 금투협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4%는 금통위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답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게 되면 2020년 5월 0.25%포인트 인하 후 4년 5개월만에 첫 금리 인하가 된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이어온 한은의 긴축기조도 3년 2개월만에 마무리된다.
인하 주장 근거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내려왔고, 미국이 9월 빅컷에 나서며 금리 인하의 선결 과제로 제시한 요소들이 하나둘씩 제거됐다는 점이 꼽힌다. 4월만 해도 140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00원대 초중반으로 내려왔다.
이제는 성장에 보다 집중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소매 판매는 휴가철 특수에 전월보다 1.7% 늘었지만, 9월에는 기저효과에 다시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기성은 5월 4.6% 감소 이후 4개월째 마이너스다. 설비투자도 5.4% 줄었다.
그동안 금리 인하 발목을 잡던 집값과 가계부채 급등세도 다소 완화됐다. 9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전월(9조6259억원)보다 줄어든 5조6029억원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월 둘째 주 0.32%올라 5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후 9월 다섯째 주에는 0.10%로 하락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9월 물가가 1%대로 둔화했고, 빅컷에 이어 미국의 연내 2회 추가 인하가 확실히 되며 인하를 시작할 명분과 분위기가 강화됐다”면서 “다만 집값과 가계부채 우려에 동결 소수의견이 1~2명 가량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집값과 가계부채 추이 등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일단 금리 인하를 보류하고 한 달 더 지켜볼 것이란 의견도 있다. 9월부터 10월까지는 추석과 국군의날 등 연이은 연휴 영향으로 최근 집값과 가계부채 둔화세가 추세적인지 일시적인지 판단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9월 주택담보대출은 일평균 3451억원으로 8월(3597억원)보다 줄었지만,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정부의 은행 가계대출 옥죄기 등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인하 소수의견 2명 정도를 예상한다”면서 “금융안정 대응 효과 확인 시간이 필요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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