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에 대해 “1년 정도 지나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보고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실기론’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아울러 답변 과정에서 “(8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정말 실기라고 생각하느냐”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이어진 통화 긴축 기조를 마무리하고 완화 시작을 알리는 3년 2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고, 금리 인하 이력 자체로만 보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총재는 지난 2년간의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한은이 좌고우면하면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물가 목표 2%를 달성했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나 외환시장 불안도 큰 문제 없이 관리했다”며 “물가 상승뿐 아니라 PF 부실 우려가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상했다면 지금 자영업자 고통과 내수 부진은 훨씬 심각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보다 위에 있기 때문에 인하 여력이 있다”며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며 인하 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여섯명의 금통위원 중 다섯명은 향후 3개월간 기준금리를 3.25%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나머지 한 명은 내수 하방 압력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오늘 기준금리 인하 단행의 배경은. 내수와 관련한 한은의 판단이 두 달 새 급격히 나빠진 것인가.
▲ 이번에 금리를 인하한 가장 큰 배경은,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너무 오래 긴축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경기가 과열됐다거나 하면 긴축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수가 회복 중이라고 하더라도 잠재성장률보다는 낮은 수준이고, 경제성장률 역시 잠재성장률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수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다.
— 9월 가계부채 증가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큰 상황이다. 이 정도 둔화로 금융안정이 확인됐다고 판단할 수 있나.
▲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사실 이전 2∼3개월 전 주택거래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약간 후행하는 면이 있다. 지금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9월이 7월의 2분의 1 수준이고,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도 8월의 3분의 수준이다.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이후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고 보고 있고, (신규) 주담대 자료는 다음 달까지 7∼8월 거래량 영향으로 올랐다가 10∼11월엔 내려갈 것으로 본다. 금융안정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금리가 인하되면 주택 거래량, 주택 가격 상승 기대 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하므로 9월 숫자만으로 금융안정이 됐다고 단언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정책을 해가면서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긍정적인 것은 정부가 가계부채 안정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고, 필요시 (관련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저희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해 금융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당분간 거시 건전성 정책, 공급 정책 등을 계속 시행해야 할 것 같다.
—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11월보다 10월 인하를 결정한 이유가 있나.
▲ 11월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데이터에 따라간다. 10월 말 나오는 3분기 경제성장률과 11월 경제 전망치를 보고, 그 사이 가계부채 안정 추세 등도 볼 것이다.
인하를 결정한 금통위원 간에도 여러 견해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금리 인하 자체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겠지만 인하하지 않고 보고만 있다가 결정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으니 소폭 인하하고 그 영향을 보고 판단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었다.
— 장용성 위원이 낸 소수의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 장용성 위원은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기 이르고, 취약계층이 어렵기는 하지만 성장률 전체로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
—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수준 전망은.
▲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중 다섯 분은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25%에서 유지가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나머지 한 분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다섯 분은 금번 기준금리 25bp(1bp=0.01%p) 인하가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하므로 향후 경제 여건을 점검하면서 정책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머지 한 분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필요시 정부가 추가 조치를 시행할 의사를 밝힌 만큼 내수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
— 이번 인하가 ‘매파적 인하’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동의하나.
▲ 기준금리를 인하하지만,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매파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긴축 경계감을 가져간다고 해석하면 되나.
▲ 중립금리가 어느 수준이냐는 질문인데, 통계적으로 중립금리의 범위가 넓어서 몇퍼센트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수준에서는 어떤 계량모델로도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보다 위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인하 여력은 있다. 인하 속도는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다.
—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인하 실기론’이 나오는데 총재 견해는.
▲ 8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 실기한 것 아니냐는 여러 기관의 의견이 많았다. 실기했느냐 아니냐는 내수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하는지, 금융안정도 고려하면서 하는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저희는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판단이 옳았는지는 지금 당장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1년 정도 시간이 더 지나서 우리 경기와 금융 안정 상황을 보고 평가해주시면 좋겠다. 8월에도 내부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 당시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20%씩 급등하기 시작하고,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올라갈 위험이 보였다. 그 상태로 가기 전에 사전적으로 조치를 하고, 금리 인하가 주택 관련 심리를 추가로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이야기해서 거시 안정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에 (금리 인하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결정)했다. 정부와 협조하에 어느 정도 가계대출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저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기준금리를 8월에 인하하지 않은 것이 실기 아니냐고 질문하는 기관이나 그런 분이 계신다면 그분에게 물어봐 달라.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어났는데 그걸 예상하고 말씀하신 것인지.
저희에 대한 비판 중에 한은이 지난 2년 고물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은이 좌고우면하면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현 상황이 초래됐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한은의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 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8월 실기 여부는 1년쯤 시간을 가지고 봐야겠지만 지난 2년간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은 이미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물가 목표 2%를 달성했고, 그 과정에서 PF 부실이나 외환시장 불안도 큰 문제 없이 관리했다. 물가 상승뿐 아니라 PF 부실 우려가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상했다면 지금 자영업자 고통과 내수 부진은 훨씬 심각했을 것이다. 주요국보다 적은 폭의 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물가 안정을 달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내수 회복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 금리 인하가 민간 소비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 소비만 보면 기존 예상대로 상반기 1%에서 하반기 1.8% 정도로, 낮지만 회복 추세다. 설비투자는 지금 반도체 관련 장비 투자가 늘어 예상보다 오를 가능성이 있고, 건설투자는 여러 문제로 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이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말 3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고 11월에 여러 불확실성을 점검해 볼 것이다. 불확실성으로는 미국 대선 결과, 미국 경기 소프트랜딩(연착륙), 중국의 부양정책 효과, 정보기술(IT) 경기사이클 등이 있다.
— 이번 금리 인하가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나.
▲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증가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큰 걱정이다.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는 금리인하 기대뿐 아니라 수도권 부동산 공급이 어떻게 될 것인지, 현재 공사 비용이 굉장히 올라가서 건축 경기가 어떻게 될지, 또 그 기저에는 구조조정 때도 이야기했지만, 교육 문제등이 복합적으로 관계돼있다. 그래서 금리인하만 가지고 잡을 수는 없다. 금리 인하가 (주택) 가격 상승이나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정책 공조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가계부채와 부동산가격 안정에 상당한 의지가 있고 필요하면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공급정책도 적극적이라 어려울 수 있지만 이번만큼은 성공적인 안정세를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왔는데, 조언할 것이 있다면.
▲ 부동산 가격을 예측해서 무엇인가를 권고해왔던 것은 아니다. 한동안 이자율 수준이 예전 0.5%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아주 적기 때문에, 빌려서 부동산 등에 투자할 경우 이자 비용이 적을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경고를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 50bp씩 내렸으니 우리도 50bp씩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 미국과 우리의 금리 인상 속도와 인플레이션 수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금융안정도 고려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갭투자를 하고 싶다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겠다.
— 정책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에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해왔는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정책대출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가계부채에 있어서 정책금융 비중에 대한 논의는 시기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작년 말에는 많게는 가계대출 나간 것의 70% 정도가 정책금융이었기 때문에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이다. 올해는 상반기 지나 평균적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30% 미만, 20% 정도가 정책금융이고, 나머지는 은행들이 자체 목표치를 넘겨 대출한 영향이 컸다. 지금은 은행 자체가 스스로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추가적인 DSR 규제는 분명 실수요자 등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1단계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를 내는지 보고, 정부가 효과가 없으면 필요시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켜볼 것이다. 그런데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빌리는 게 중요하다. 어떤 이유라도 소득 등 (상환) 능력이 없는데 돈을 빌려줘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DSR 규제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단기적으로는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현재 가계대출 상황 보고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영향은 어떻게 평가하나.
▲ WGBI (편입)은 참 좋은 소식이었고, 어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까지 우리나라에 좋은 뉴스가 많았다. WGBI로 돈이 얼마나 들어오고, 환율이 어떻게 될지는 11월 편입 이후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저는 WGBI 편입을 감개무량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WGBI에 들어가게 된 것은,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원화 시장을 더 개방한 덕분이다. 이번 정부 노력으로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했고, 한은도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시장 개방으로 외자 유치, 또 투자자 구성에서도 투기적 투자자가 아닌 장기 투자자가 들어오게 된다. 통화정책을 하는 데는 변동환율제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부채가 외화표시 부채로 많이 조달됐는데, 국채뿐 아니라 은행채도 원화로 외국인에게 할 수 있다면 환율 변동성은 생기지만 그에 따른 손실은 투자자가 지기 때문에 디폴트 위험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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