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내 코인 거래소들이 대거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미반환 자산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이용자들의 자산 반환에 난항이 예상된다.
15일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영업 종료 또는 영업 중단한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모두 16개 사다.
이처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수리된 39개 사업자 중 절반가량이 영업 종료를 선택했음에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미반환 자산의 규모 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민병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영업 종료 사업자들이 제출한 자료가 신뢰성이 낮고 심지어 일부 사업자들은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며 “거래 지원 종료와 메인넷 폐쇄 등의 이유로 미반환 자산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반환 자산 파악 난항에 ‘디지털자산보호재단’ 설립 취지도 무색해져
앞서 금융당국은 영업 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사업자 영업 종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현장점검을 실시했지만 문제를 완전히 막지 못했다. 특히 당시 가이드라인에서 금감원은 자산 반환이 완료될 때까지 필수 내부통제 인력 유지 등 여러 조건을 영업 종료 사업자에게 요구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금융당국도 이를 인정하고 지난달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를 중심으로 ‘디지털자산보호재단’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영업을 종료한 거래소에 계속해서 인력과 비용 투입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는 “재단은 앞으로 이용자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이용자의 예치금은 은행과 원화 거래소 각각 한 곳을 선정해 보관·관리 업무를 위탁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영업 종료한 사업자와 개별 협의를 통해 이용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이전받아 반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미반환 자산 규모 파악에 어려움을 드러내면서 재단 설립 취지도 무색해졌다.
특히 답변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영업 종료 거래소 이용자 중 고객확인제도(KYC)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비율이 높다”며 “영업 종료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자산을 반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금법 시행에도 KYC 미준수 거래소 수두룩
가상자산 사업자는 지난 2021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고객확인제도(KYC)를 도입했다. 이에 금융당국 승인을 받은 거래소 이용자들은 기존 이메일과 휴대전화 본인 인증 외에도, 여권 영문 이름과 실제 거주지 등록, 직업 및 투자 목적, 신분증 촬영 인증 등의 추가 절차를 이행해야 했다.
원화 거래소가 아닌 코인 거래소도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이 요구되지 않더라도, KYC 인증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답변서를 통해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KYC 운영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수호 르네상스 대표 변호사는 “특금법상 고객확인의무가 명시된 이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과태료 등 불이익한 처분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었다”면서도 “이용자가 고객확인 조치에 응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존재하며, 그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나 금융당국이 이를 자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KYC 미준수 비율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못받은 내 코인, 되찾기 위해선⋯소유 입증 증거 확보가 중요
금감원은 많은 제약에도 앞으로 설립된 재단을 통해 이용자의 자산을 반환하는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영업 종료 사업자와 협의를 거친다는 것이다. 정수호 변호사는 “영업 종료 사업자도 이용자 재산을 반환하지 않으면 형법상 배임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고 가상자산의 임의적 입출금 차단 금지 위반으로 이용자보호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수호 변호사는 KYC 인증을 거치지 못한 이용자에게도 가상자산의 소유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용자들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위탁한 가상자산의 규모와 위탁 시점, 그리고 자신이 소유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 사업자를 상대로 가상자산의 반환 또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며 “사업자가 제3자에게 가상자산을 임의로 유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거나, 사업자가 법인계좌를 개설한 은행 등을 상대로 가압류 신청 등의 조치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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