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쉐퉁 “해리스, 美 국제적 지배력에 더 열의…더 많은 미중 정치적 갈등 전망”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중국의 부상(浮上)을 받아들이기를 더 꺼릴 것”이라는 중국의 저명 학자의 주장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지난 11일 베이징 칭화대에서 열린 미국의 유명 국제관계 이론가이자 전 시카고대 석좌교수인 존 미어사이머와의 토론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있고 미국이 1990년대처럼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고 짚은 뒤 이같이 말했다.
중국 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자비한 대(對)중국 관세 폭탄을 공언하고 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리스 부통령은 대중 고율 관세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동맹과 함께 중국 압박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옌 학장의 주장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국제적 지배력보단 미국 국내 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면서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더 열의를 보일 것이고 그로 인해 미·중 간에 (이전보다) 더 많은 정치적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이긴다면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첨단기술 중국 배제인 디리스킹(위험 제거) 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작은 마당 주위에 매우 높은 울타리 치기’ 식의 대중 접근 방식,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옥죄기 등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옌 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3천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재선되면 중국산에 최대 60%의 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있으나,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미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해 최대 100%의 추가 관세 인상 조치를 했다는 걸 부각하면서, 해리스 부통령 당선 때 중국이 더 불리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그러면서 누가 이기든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관계는 지속해서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 혐오증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런 가운데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는 걸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 미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보호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는데, 이에 대해 중국은 반발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022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접근 방식을 설명하면서 중국이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걸 수행할 경제·외교·군사·기술적인 힘을 모두 갖춘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와는 달리 중국은 미·중 간에 경쟁 요소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양자관계가 경쟁으로 정의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작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 간에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미어사이머 교수는 이날 토론회 연설을 통해 기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붕괴하는 가운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한 중국 주도의 질서가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힘의 균형이 변화했고 중국은 강력해졌다”면서 이 때문에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지역 패권국이 되면 미국의 생존에 위협이 될 것이고 그러면 미국은 중국을 존재적 위협으로 볼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의 힘이 더 강력해져 서반구를 활보하며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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