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중국 정부가 올해 5%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채 발행 확대 등 잇따라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으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표된 부양책에 구체적인 규모·시기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란푸안(蓝佛安)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채 발행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예고했다.
그 외에도 지방정부 재정 지원 확대를 위한 4000억 위안(약 76조4680억원) 규모의 부채 정책, 지방정부의 일회성 대규모 부채 한도 증액, 특별채권을 활용한 개발업체 유휴 토지 매입 허용 등의 방안도 내놨다.
다만 란 부장은 경기 부양책에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는 공개하지 않은 채 “올해 더 많은 역주기조절(逆周期調節·경기에 따른 거시경제 정책 운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추가 재정 투입 규모·시기가 이번에도 나오지 않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실망했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FT는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 재정 지출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후 정부 발표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구체성 부족과 더불어 중국 경기 지표도 덩달아 부진하자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0.6%)를 하회한 것이다. 아울러 전월 상승폭(0.6%)보다 하락한 수치이기도 하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떨어졌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2.6%)보다 더 큰 하락폭이다.
특히 올해 초 2%대의 하락폭을 보이다 5월부터 8월까지 1%대로 낙폭을 줄였던 PPI는 6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생산자 물가 하락이 철 금속 제련 및 압연 산업이 전년 대비 11% 하락하고, 석유·석탄 및 기타 연료 가공 산업도 9.4% 하락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악천후와 계절적 수요로 인해 식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물가가 상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FT는 “9월 들어 중국의 소비자 물가와 공장 물가가 예상보다 약세를 보이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며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더 큰 규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분석가들도 성장 둔화 심화와 주요 무역 상대국의 부호무역주의 등 더 많은 장애물에 부딪쳐 중국의 수출 엔진이 약화되는 경우를 대비해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더 구체적이고 폭 넓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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