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남정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1회로는 민간소비 촉진 효과가 크지 않다고 언급하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부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만,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컷(0.5%포인트 인하)에 나서지 못한 이유로 부동산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단기간 추가 인하가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금리 인하가 내수 부양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구조 개혁 추진을 요구했다.
이 총재는 14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위원의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민간소비 촉진 효과에 대한 질의에 “한 차례로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몇 차례 어떤 속도로 하느냐에 따라 내수 진작 효과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11일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2020년 5월 0.25%포인트 내린 후 4년 5개월 만에 첫 금리 인하가 된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이어온 한은의 긴축기조도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이 총재의 금리 인하 부족 발언은 내수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시각으로 풀이된다. 중립금리에 아직 다다르지 못한 점도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립금리는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금리 수준이다.
이 총재는 박선훈 국민의힘 의원의 중립금리에 대한 질의에 대해 “현재 실질금리는 중립금리 상단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답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1분기 명목 중립금리는 1.8~3.3%로 추정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건설투자 부진을 거론하며 “성장률 전망치를 너무 올린 것 아닌가 싶다”며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8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0.1%포인트 내린 바 있다. 조사국은 내달 새로운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다.
그럼에도 빅컷에 나서지 못한 이유로는 “(기준금리를) 50bp 인하시 부동산 수요층에 이제 살 시기가 됐다며 부동산 가격이 커져 버릴 수 있다”며 “부동산은 한번 올라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에 기대 심리를 잘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의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다소 늦었다는 실기론에 대해서는 “7월부터 금리 인하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당시 부동산 가격이 빨리 오르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너무 빨라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기 위해 쉬었다가 내렸다”며 금융 안정을 우선 고려했다고 답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올해 갑작스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연기에 대한 지적에는 “F4회의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스트레스 DSR 연기가 가계대출 급증 영향은 부인할 수 없고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어려운 건 잘 알고 있어 금리를 낮추고 싶지만, 높은 가계부채 유지는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고통이 있을 것이란 고려를 양해해달라”며 가계부채와 집값의 추세적 둔화 없이는 근시일내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내수 부양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리 인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으며 재정정책이 병행되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굉장히 공감한다”면서 “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도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도 “수출과 내수 성장력 격차로 연결 통로가 끊어졌고 내수 자체의 취약한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으며 재정정책이 병행되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은행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아 피벗(통화정책 전환)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과도하게 큰 만큼 줄이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금융중개지원대출에 대해서는 이 총재는 “원칙적으로 어려운 계층을 도와주거나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는 것은 재정정책이 할일이라 금통위 반대가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금중대 확대는 아니라도 유지해 가면서 조절해 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위원이 횡재세 도입 의견에 대해 이 총재는 “경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은행들의 쉬운 부동산 대출 영업을 바꾸지 않으면 10~20년 후 부동산 가격 변동 시 은행도 고생할 것”이라며 “은행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통위원에 대한 지적과 반박도 이어졌다. 의사록 실명 공개에 대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 총재는 “임기 중에는 실명이 알려질 경우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방해가 돼 임기 중에는 익명이 좋다”면서도 “임기가 지나고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통위원 보수가 업무에 비해 높다며 챗GPT로 대체하자는 언급에는 “10월에 챗GPT를 써보고 시험을 해봤지만 챗GPT에서 금리 동결이 최선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금리를 낮춘 것을 보면 챗GPT는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의 강연과 기고 등으로 외부 접촉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선 “금통위원들과 거의 한달에 몇 번씩 회의를 하면서 의견을 듣는다”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선출직으로 정치 입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출마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이 내놓은 대입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지역별 비례선발제’에 주장에 대학들이 시기상조라는 반발에 대해서 이 총재는 “전세계 어느 대학도 한 지역에 있는 사람만 많이 뽑지 않는다”며 “왜 우리만 꼭 성적으로 뽑아야 하는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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