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슨 연구소 “트럼프 재선하면 2026년까지 물가상승률 6~9.3%”
수입품 고율 관세·이민 억제 정책, 물가상승 요인으로 지목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AP 통신은 14일(현지시간) “주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오히려 수입 제품에 대한 고가의 관세 및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정책 공약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지난 6월 스티브 스티글리츠를 비롯해 로버트 실러, 조지 애컬로프, 폴 로머 등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16명이 공동 서한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라고 직접 경고한 바 있다.
이들은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60%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을 거론하며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국내 경제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인플레이션과 이민자 문제를 두 축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집중 공격해 왔다.
그는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물가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겠다면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를 비롯해 모든 수입 제품 전반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강력한 보호 무역주의를 공언하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극우층의 강고한 지지를 쌓아올린 그는 ‘국경 장벽’을 넘어 취임 첫날 아예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며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등 극단적 공약을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피터슨 연구소는 관련해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2026년까지 초반 2년 물가 상승률이 6%~9.3%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무디스 역시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정책이 특별히 물가에 영향을 미칠 요인은 크지 않은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2025년 물가는 1.1%포인트, 2026년에는 0.8%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율의 관세 부과 시 수출국이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는 주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수입 업자들에게 부담이 넘어가고 이는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력한 이민 억제 정책 역시 노동 시장 긴장을 초래, 인건비 인상을 부채질하고 결과적으로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이미 제기되고 있다.
피터슨 연구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자 추방 정책이 현실화해 불법 노동자 830만명이 실제 미국 밖으로 쫓겨날 경우 2026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3.6%포인트 뛸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방준비위제도(Fed·연준) 압박 발언 역시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과 관련, “대통령이 최소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직접적 통제권 행사를 시사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재임 기간 내내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연방 정부의 최전선에서 통화 정책으로 물가를 조절하는 연준의 역할이 안정적으로 담보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독립성이 전제 돼야 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관점은 향후 경제 정책에 있어 또 다른 위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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