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진정호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 대신 군사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미국 정부에 밝혔다는 소식에 유가가 폭락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25달러(4.40%) 밀린 배럴당 70.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3.21달러(4.14%) 폭락한 배럴당 74.25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란의 핵 시설이나 석유 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을 타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날 보도했다.
해당 사실을 전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 대선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라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가 조정될 것이라고 WP에 답했다.
NBC도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 3명을 인용,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적 목표물에만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간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유가는 가파르게 뛰었다. 이란의 석유 시설이 타격을 입으면 공급이 차질을 빚어 유가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시설로 목표물을 변경하게 되면 그간 유가에 반영됐던 위험 프리미엄은 타당성을 잃게 된다.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 타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난 4일 5.1% 폭등하며 위험 프리미엄을 적극 반영한 바 있다. 이후 중동 전황이 소강상태를 유지하면서 급등락을 거듭해왔다.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총괄은 “지정학적 위험이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결국 석유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의 나선은 여전하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시설을 타격해 사상자가 많아지면 긴장감은 고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 석유 수요의 둔화를 예상한 점도 이날 유가에 하락 압력을 보탰다.
IEA에 따르면 세계 석유 수요는 올해 하루 평균 90만 배럴, 내년에는 하루 평균 10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둔화한 수치다.
특히 중국의 석유 수요가 특히 약해졌다. 8월 원유 소비는 하루 평균 50만 배럴이나 감소했는데 이는 4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라고 IEA는 전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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