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삼성전자 주가가 간신히 6만원대로 올라섰지만 회복세는 더디기만 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25거래일 연속 11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저점 매수 시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00원(0.33%) 오른 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가 하루 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국내 반도체 관련주 주가를 견인했지만 삼성전자 상승폭은 제한됐다.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지난달 3일부터 25거래일 동안 지속된 영향이다. 이는 역대 최장 순매도 기간인 2022년 3월25일부터 같은해 4월28일까지(25거래일)과 동일한 수준이다. 외국인들은 이 기간 10조8556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주가는 18.01% 빠졌다. 지난 10일에는 5만전자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다만 지난 14일부터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 우려가 부각되면서 시작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 9조1000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또 경쟁사이자 글로벌 인공지능(AI)·고대역폭메모리(HBM) 선발주자인 SK하이닉스 대비 실적과 주가 모멘텀이 뒤처지는 것도 한몫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부진에도 전날 기준 2.88% 뛰었다. 삼성전자는 중간재·자본재 성격의 레거시 반도체에 특화돼 글로벌 투자, 제조업 경기 회복이 주가 반격의 선결 과제로 여겨진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빠질 만큼 빠진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이 있는 한편 주가 단기 모멘텀 약화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으로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부진했던 낸드(NAND) 수익성도 가격 반등으로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했으나 최근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바닥권 주가에도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며 “낙폭과대 주가, 밸류에이션과 최고위층 반성문을 근거로 저가매수 당위성과 시급성을 주장하는 시장 일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이는 상당기간 시간 싸움이 가능하고 삼성전자 보유에 따른 추가 기회비용이 제한되는 초장기, 극소수 개인 투자자 일방에 국한된 단편적 전술대응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린 까닭에 시간과 기회비용 모두가 중요한 상대수익률에 명운을 건 대다수 액티브 투자자에게는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사주경계 대상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의 산업 지배력, 경쟁력 약화와 실적 불확실성 심화의 삼중고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자 측 수급 대응은 당분간 중립 이하의 경로를 따를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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