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환율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9월 미국의 빅컷(0.5%포인트 인하) 이후 1200원 대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원·달러는 1360원 대까지 뛰어올랐다. 미국의 경기 노랜딩(미착륙) 예상에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옅어지면서다.
여기에 북한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까지 높아지며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시 원·달러 1300원 후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는 오후 3시30분 기준 전일대비 5.4원 오른 1361.3원에 장을 마쳤다. 오후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16일(1360.6원) 이후 두달 만에 1360원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빅컷을 단행 한 지난달 18일 후 한달 만에 32원 넘게 올랐다.
9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이 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때만 해도 미국의 경기 균열 예상이 높아지며 원·달러의 연내 1200원에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기가 탄탄하다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며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 성이 짙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한 달 전 27.0%에 달했던 미국의 추가 빅컷 확률은 0.0%로 떨어졌고, 동결 가능성도 11.8%를 기록 중이다. 이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103.2포인트로 8월 중순 이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완전히 꺼지지 않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 리스크과 ECB(유럽중앙은행) 등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소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며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는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여기에 최근 북한 도발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북한은 우리나라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도로를 폭발했고, 우리 군은 대응 사격을 실시해 지정학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까지 여론조사에서 뒤지던 트럼프의 높아진 당선 가능성은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 11~13일(현지시각) 하버드 미국정치연구센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8%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 46%를 앞섰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관세과 이민 정책이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시각이 높다. 국제금융센터는 “트럼프 정책은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을 확대해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지연시켜 달러 강세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 정책은 물가 관리와 중산층 감세 등을 골자로 한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 수준(2%)으로의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유발해 연말 1300원대 환율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면서 “해리스 당선 시 1300원 초반까지는 안가더라도 1320~1330원까지는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