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블록체인 생태계가 커질수록 이용자들은 더욱 복잡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수가 증가하면서 사용자들은 각각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계정을 새롭게 개설하는 등 이용에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는 최근 체인 추상화(Chain Abstraction) 도입을 시도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체인 추상화는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프로토콜 간의 복잡성을 사용자에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생태계 내에서 간편하게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복잡한 기술을 이해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8일 블록체인 교육 플랫폼 비트디그리의 자료에 따르면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수는 401개로 늘어났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블록체인 업계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프로젝트와 토큰이 계속해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다양해지면서 사용자와 개발자들이 느끼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니어 프로토콜(NEAR) 등 각각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마다 별도 지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용 지갑과 솔라나용 지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여러 개의 지갑을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이는 사용자 경험(UX)을 복잡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보안 관리에도 추가적인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된다.
개발자들 역시 다양한 네트워크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배포해야 한다. 하나의 앱을 네트워크별로 개발·배포해야 한다는 건 시간과 비용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많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탄생으로 생태계마다 상호 작용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지난 8일 체인 추상화 보고서를 통해 “개발자들은 각 블록체인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른 방식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네트워크에서 앱을 구축하는 건 개발자에게 상당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산스크리트 웹3 전문 콘텐츠 작가는 코인게코 기고를 통해 “개발자의 경우 파편화된 생태계를 빠르게 학습하기 위한 높은 학습 능력이 요구되고 사용자도 복잡한 프로세스와 제한된 접근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 결과 웹3는 여전히 주류에서 벗어나 있고 여전히 중앙화된 거래소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체인 추상화, 분산된 생태계의 해결책
이처럼 블록체인은 네트워크가 통합되기 보다는 성장하고 있기에 이용 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체인 추상화'(Chain Abstraction)를 제시하고 있다.
추상화(Abstraction)란 복잡한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의 세부사항 보다는 핵심적인 기능이나 개념만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용자나 개발자가 시스템의 모든 복잡한 내부 작동을 이해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사용하거나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체인 추상화 역시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각 네트워크의 세부적인 기술 지식 없이도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자동차 운전 시 운전자는 핸들을 돌리고 페달을 밟을 뿐 엔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어가 어떻게 바뀌는지 신경쓰지 않는다”며 “특별한 기술적 이해 없이 원하는 서비스를 사용자가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추상화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에 생태계의 복잡성을 낮추기 위해 니어 프로토콜(NEAR), 아르카나 네트워크(XAR) 등 여러 프로토콜에서 체인 추상화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계정 시스템 △가스비 △체인 키 저장 등 복잡하고 분산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니어 프로토콜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계정 이름을 도입해 복잡한 암호화 주소를 숨기는 방식인 ‘패스트어스'(FastAuth)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의 블록체인은 긴 암호화된 문자열(예: 0x1234abcd…
)을 주소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실수하기 쉽고 복잡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니어는 ‘blockmedia.near’와 같은 간단한 계정 이름을 통해 이용자가 계정을 더 쉽게 관리하고 사용할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이용자는 체인 추상화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마다 계정을 만들 필요 없이 하나의 계정으로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오갈 수 있다. 이처럼 체인추상화는 여러 네트워크를 다루면서 생기는 번거로움과 복잡함을 줄여주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스타크넷(StarkNet), 지케이싱크(zkSync)와 같은 프로젝트는 다자간 연산(Multi-Party Computation·MPC) 기술을 활용해 개인 키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이를 여러 노드에 분산 처리해 보안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노드가 전체 키를 알 수 없도록 해 사용자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
산스크리트는 “몇 년 전만 해도 체인 추상화는 현실과 거리가 멀었지만, 블록체인 생태계가 표준화를 향한 경쟁을 거듭하며 이제 통합된 블록체인 생태계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며 “상호 연결성은 더욱 활기차고 역동적인 웹3 생태계를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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